디스크는 척추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척추 전문가 중에 디스크를 물풍선이라고 하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어떻게 디스크가 물풍선인가. 디스크는 물로 만 꽉 찬 조직이 아니다. 디스크는 풍선처럼 물을 가득 담고 있으면서 얇은 막으로 표면을 싸고 있는 조직이 아니다. 이러한 반론을 제기할 분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이러한 반론을 반영한다면 디스크는 찐빵이다 라고 하면 디스크의 본질에 좀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좀 더 정확히 말하여 디스크는 꿀호떡이라고 하면 어떨까.
비유는 어차피 하나의 특성을 좀 더 잘 이해하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설명 기법이니 만큼 나는 오늘 이 글에서 디스크는 물풍선이라고 하겠다. 디스크의 특징 중에서 물풍선 같은 성질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함이다.
디스크는 위아래 척추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주 임무로 하는 물풍선 같은 조직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척추에서도 척추 몸통 사이에 위치한다. 위아래 척추 몸통 사이에 위치하여 척추 몸통 부위의 충격을 흡수하는 조직이다. 만약 디스크가 없다면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덜거덕덜거덕 거리며 소리를 낼지도 모르겠다. 마치 비 포장도로를 지나가는 역마차 같이 말이다. 아니 쇼버가 없는 자동차 같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상태라면 척추는 얼마 사용하지 않아서 모두 닳고 찌그러져 부서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허리가 아프면 혹시 디스크가 아닐까 하고 걱정을 한다. 실제로 디스크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디스크는 그 자체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디스크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분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디스크 질환이 있는 사람은 왜 통증을 느끼는가?
디스크는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에 따라 물풍선 같이 모양이 변한다. 위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아래로 찌그러지면서 주변으로 부풀어 오른다. 어떤 한 지점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지면 압력이 덜 받는 지점으로 부풀어 오르게 된다. 예를 들어 요추의 전굴이 심해져서 뒤쪽에 압력이 심해지면 디스크는 앞쪽으로 부풀어 오르게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부풀어 오르는 방향도 반대가 된다. 이렇게 부풀어 오른 부분이 주위를 지나는 신경을 압박하게 되면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 글을 처음부터 꾸준히 읽어 온 독자라면 이 지점에서 의문을 가질 거라 생각한다. 이 글의 처음부터 강조한 내용이 요통은 요추의 전굴이 심해져서 나타나고 이것은 요추의 후측방으로 뻣어 나오는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 요추의 전굴이 심해진다는 거는 요추의 뒷부분이 좁아진다는 거고 그 이야기는 디스크의 뒷부분에 압력이 가해 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되면 디스크는 앞 쪽으로 부풀어 오르게 된다. 그러면 앞 쪽으로 부풀어 오른 디스크는 뒤쪽으로 지나가는 신경을 압박할 일이 없을 것이고 통증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디스크 주변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스크의 앞쪽과 뒤쪽에는 위아래 척추를 연결하는 인대가 있다. 이 인대는 위아래 척추를 고정시켜 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디스크가 앞뒤로 이탈하지 않게 잡아두는 역할도 한다. 이로 인해 디스크는 위아래 척추와 앞뒤의 인대에 막혀서 자기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고 안정되게 있을 수 있다.
디스크의 뒷부분이 압력을 받아 앞 쪽으로 부풀어 오르려 할 때에도 튼튼한 앞 쪽 인대가 막아주므로 자기의 위치를 이탈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뒤쪽의 인대는 위아래 척추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인대의 탄력을 상실하고 늘어지게 된다. 이렇게 늘어난 인대는 디스크의 이탈을 막아주지 못하고 디스크는 뒤쪽으로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렇게 부풀어 오른 디스크가 뒤쪽으로 빠져나가는 신경을 압박하여 요통을 유발한다. 인대는 어느 정도의 탄력이 있으나 근육과 같이 스스로 수축과 이완을 하여 길이를 조절할 수가 없으므로 인대가 붙어있는 골격의 거리가 비정상적으로 가까워지면 인대는 탄력을 잃고 늘어지게 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뒷 쪽으로 밀려 나왔던 디스크는 요추 전굴이 완만해지면서 뒤쪽 인대가 탄성을 회복하게 되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므로 디스크로 눌렸던 신경이 자유로워지고 통증은 사라지게 된다. 척추의 상태에 따라 디스크의 움직임이 변하고 이에 따라 통증이 발생하였다 사라졌다 하게 된다. 이러한 기전을 살펴보면 그동안 알아본 거의 모든 내용이 디스크의 신경 압박 상태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기전은 디스크가 건강한 상태였을 때를 전제로 생각해 본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디스크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탄성이 줄어들고 조직의 파괴가 일어나기 쉬워진다. 이렇게 되면 디스크 안 쪽에 있는 수핵이 파괴된 주변 조직을 뚫고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렇게 탈출된 수핵은 뒤쪽으로 빠져나오는 신경을 압박하여 통증을 유발한다. 디스크의 파괴 정도가 심해지면 수핵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어 통증을 지속적으로 심화시킨다. 이렇게 되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 탈출한 디스크 수핵을 제거하는 수술에 대해서 고려해 보게 된다.
정리하면 디스크는 척추 사이에서 물풍선 같은 쿠션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위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주변으로 부풀어 오르며 앞부분에 압력이 집중되면 뒤로 부풀어 오르고 뒤 부분에 압력이 집중되면 앞으로 부풀어 오른다. 이때에 요추 전굴이 심해져서 디스크 뒤쪽의 인대가 탄력을 잃게 되면 디스크는 뒤쪽으로 부풀어 올라서 척추 뒤쪽으로 지나가는 신경을 압박하여 통증을 유발한다.
다음 편에서는 관련통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다리가 아파서 병원을 방문하였더니 허리가 안 좋아서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면 이것이 관련통이다. 그럼 다리가 아프면 모두 허리가 안 좋은 것인가. 다음 편에 그 답을 찾아보도록 한다.
집에서 구피를 키운 지가 어언 10년은 족히 되는 듯하다. 마트에서 두 마리를 구입하여 키우기 시작한 것이 수십 마리가 되었다. 구피는 어류 중에서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낳는 어종이다. 한 번에 많이 낳을 때는 수십 마리를 낳아서 번식이 잘 되는 종이지만 새끼를 낳자마자 다 잡아먹어서 새끼가 성어가 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리 수족관에서는 특별한 장치를 해 놓지 않았는데도 잘 낳고 잘 자라는 거 같다. 작은 수족관에 비해 개체수가 너무 많아지면 주변의 지인들에게 몇 마리씩 분양을 해 주기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우리 수족관에서는 잘 자라던 놈들도 다른 집에 가면 모두 죽어버리곤 한다.
몇 대를 거쳐서 우리 수족관에서 자라다 보니 유전자가 우리 집 수족관에 적응을 잘하는 종으로 진화된 거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이렇게 잘 자라던 놈들도 자기의 수명이 다 되면 세상을 떠나곤 한다. 지금도 할아버지 구피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거는 구피는 세상을 떠날 때쯤 되면 보이는 전조 증상이 있기 때문이다. 활발하게 잘 놀고 헤엄쳐 다니던 놈들도 자기의 수명이 다 되어 세상을 떠날 때쯤 되면 균형을 잡지를 못한다. 균형 감각이 떨어져서 자꾸 몸이 옆으로 누워지고 이를 다시 일으키느라 뺑글뺑글 돌면서 안간힘을 쓴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이제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고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이든 구피든 세상이든 균형을 잡는다는 거는 매우 중요한 일인 듯하다. 균형이 깨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 글도 궁극적으로 균형 잡힌 척추를 위한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께서도 균형 잡힌 삶을 잘 영위하여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