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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트 Oct 13. 2020

수도꼭지를 먼저 잠가라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게 요통 치료의 첫 번째 과제이다

외출을 하고 돌아와 보니 집안이 난리가 나 있다. 물이 넘쳐 거실이고 방이고 완전 물난리가 났다.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퍼내도 물은 줄어들지를 않고 점점 더 흘러넘치는 거 같다. 이럴 때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계속 쉬지 않고 바가지로 물을 퍼내야 할까. 아니다 이럴 때는 먼저 물이 흘러나오는 수도꼭지를 잠가야 한다. 일단 물이 나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놔야 이미 흘러나온 물도 하수구로 빠져나가고 바가지로 물을 퍼내도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는데 다리가 당기고 아파서 생활이 불편하다. 다리를 주무르고 파스를 붙이고 하여도 그때뿐이고 통증은 가라앉지를 않는다. 오늘 아침에는 다리 통증이 더욱 심해져서 회사에 전화를 하여 오전 업무를 쉬고 병원을 방문하였다. 병원을 방문하였더니 의사 선생님 말씀이 허리가 안 좋아서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방사선 사진을 보니 요추의 전굴이 심해진 상태이고 특히 요추 4번과 5번 사이가 비정상적으로 가까워져 있으며 골반도 삐뚤어진 거를 보아서 디스크가 의심스럽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과정을 예로 들어 보았다. 지난 편까지는 허리 부위가 아픈 요통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오늘은 허리로 인한 다리 통증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5편 '요통이 아니고 복통이다'에서 비유로 들었던 척추 나들목에 대해서 기억을 하실 거라 생각한다. 나들목을 빠져나온 자동차는 나들목을 빠져나오면 바로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아니고 최종 목적지까지 계속하여 운전을 하여 가야 한다. 척추 나들목을 빠져나온 신경도 자신의 목적지까지 계속하여 이어져 있다. 척추 나들목의 안 좋은 상황으로 요통이 유발하면 요통이 발생된 허리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되고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척추 나들목을 빠져나온 신경의 최종 목적지까지 가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에 통증을 나타내는 최종 목적지는 어느 척추 나들목을 빠져나왔냐에 따라 통증 부위가 달라진다. 경부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자동차의 최종 목적지는 부산이 될 수 있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자동차의 최종 목적지는 목포가 될 수 있듯이 말이다. 실제 고속도로에서는 나들목을 빠져나온 자동차가 중간에 다른 고속도로로 갈아타거나 국도를 이용하여 목적지를 바꿀 수가 있지만 척추 나들목을 빠져나온 신경은 오직 정해진 최종 목적지로만 가게 되어 있다. 중간에 다른 지선이나 국도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최종 목적지인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를 알면 이 통증이 어느 척추 나들목을 빠져나온 통증인가를 알 수 있다.  


통증의 원인이 된 척추 부위에 따라 관련통이 나타나는 부위가 다르다 [그림 출처 = low back pain syndrome]


요통이 가장 많이 발생되는 부위가 4번째 요추와 5번째 요추 사이이다. 다음이 5번째 요추와 1번째 천추 사이이다. 요추를 영어로 'Lumbar'라고 하고 4번째 요추는 L4, 5번째 요추는 L5라고 표기한다. 위 그림에 표기된 'L4, L5'는 신경을 표시한 것이고 4번째 요추와 5번째 요추 사이에서 빠져나오는 신경을 'L4'로 표기한 것이고 5번째 요추와 1번째 천추에서 빠져나오는 신경을 'L5'라고 표기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4번째 요추 아래로 빠져나온 신경이 'L4'이고 5번째 요추 아래로 빠져나온 신경이 'L5'이다. 


천추는 영어로 'Sacrum'이라 하고 마찬가지로 1번째 천추는 S1, 2번째 천추는 S2라고 표기한다. 이 글을 열심히 읽은 독자분은 여기서 또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 글의 5편 '모든 것은 기초가 중요해'를 보면 천추는 미추와 결합되어 하나의 덩어리로 되어 있다고 했는 데 위 그림을 보면 S1부터 S5까지 표기되어 있다. 그렇다면 천추가 한 덩어리가 아니라는 말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본래 천추는 5개로 분리되어 있었던 것이 합쳐져서 한 덩어리가 된 거다. 그래서 천추가 움직일 때는 함께 덩어리로 움직인다. 그렇지만 각 천추 사이의 척추 나들목은 그대로 존재하여 각 천추 신경은 각 자의 나들목 사이로 빠져나오게 되어 있다. 각 척추 나들목을 빠져나온 신경은 각자의 최종 목적지가 달라서 관련통이 나타나는 부위도 달라지게 된다.


디스크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환자를 병문안 가면 환자가 누워있는 침상에 달려 있는 차트의 병명 부위에 'L4-5'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4번째 요추와 5번째 요추 사이의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는 표시이다. 


요통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가 4번째 요추와 5번째 요추이고 다음이 5번째 요추와 1번째 천추라고 하였으니 위 그림에서 보면 허리로 인한 다리의 통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위는 장딴지 안 쪽이고 다음이 장딴지 바깥쪽이라 하겠다.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에 관련통이 나타난다면 상대적으로 위쪽 요추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통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4번째 요추와 5번째 요추가 어느 부위인지 알고 싶으신 독자분은 다음과 같이 그 부위를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골반 윗부분을 따라 수평으로 허리 뒤로 가서 만나는 지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골반 바지를 입었을 때 허리띠가 지나가는 부분이 4번째 요추와 5번째 요추 사이라 할 수 있다.


글의 처음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물이 넘치면 수도꼭지를 먼저 잠가야 하듯이 허리로 인하여 발생된 다리의 통증(관련통)은 허리를 치료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다행인 것이 실제 통증이 나타나는 다리 부위를 보면 허리의 어디가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문제가 있는 허리 부위를 치료하면 다리의 통증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너무 잘 아는 분들은 다리가 아프면 무조건 허리가 안 좋아서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또 그렇지 않다. 허리와 관계없이 나타나는 다리 통증도 많기 때문이다. 허리가 안 좋아서 나타나는 다리 통증은 주로 당기듯이 아픈 통증이니 이런 느낌으로 다리 통증이 나타나면 허리를 의심해 볼 수 있겠다. 


다음 편에서는 통증이 발생하였을 때의 처치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지금까지 요통에 대해서 다양한 내용을 살펴보았지만 독자분께서 가장 관심 갖는 부분이 다음 편에 알아볼 내용이 아닌 가 한다. 당장 통증이 나타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음 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할아버지 구피가 사라졌다. 그러지 않아도 요즈음 할아버지 구피의 행동이 이상하여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중인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수족관을 들여다보니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산호 사이를 살펴보아도 없고 수초 사이를 살펴보아도 찾을 수 없다. 물속에 있는 다른 조형물 사이도 모두 살펴보았으나 할아버지 구피는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 구피는 세상을 떠났나 보다. 그러면 사체라도 있어야 하는데 어디서도 할아버지 구피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현재 수족관 안에 있는 30여 마리의 구피는 모두 할아버지 구피의 자손이다. 할아버지 구피는 결국 30여 마리의 자손 구피를 남기고 자신도 그 안에 흡수되어 들어갔나 보다. 자손 구피들은 서로서로 할아버지 구피의 몸을 나누어 취하여 할아버지 구피의 디엔에이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이어나가나 보다. 할아버지 구피는 자신의 몸까지 모든 것을 내어주어 영원히 사는 방법을 택했나 보다. 


자신의 몸을 내어주어 영원히 사는 할아버지 구피는 감히 성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주일에 나는 주님의 몸을 취하며 기도를 하였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와 두 아들과 딸이 지금과 같이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맑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여 주심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할 수 있게 하여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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