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일기.
출근길이다. 저녁에 약속이 있는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걸으며, 계단을 오르며, 기다리며, 버스의 손잡이를 잡으며 나는 다음에 어떤 글을 쓸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승강장에 진입 중인 전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뛰어오른다.
짧지만 격한 움직임 탓인가.
전철에 올라타 손잡이를 잡은 나의 어깨가 다소 들썩인다.
숨도 살짝 가쁘다.
명상을 할 때처럼 호흡을 갈무리하려 한다.
이런.
역시나 미간과 눈 주위 근육이 긴장해 있음을 눈치챈다.
눈을 감고 흐르는 전철에 몸을 맞기고 근육을 이완시킨다.
갑자기 손잡이를 쥔 손 사이로 언어가 새어 나온다.
가볍게, 그러나 전철의 흔들림을 버틸 정도로 꽉 쥔 손은 손잡이가 고정된 가로 철봉에 매달려 기우뚱 흔들린다.
전철에 탈 때면 언제나 앞으로 매는 가방을 잡은 왼손에서도 언어가 새어 나온다.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살짝 움츠린 팔과 거칠한 가방 천의 촉감을 느낀다.
전철이 역사에 도착하고 나는 사람들을 헤치고 내린다.
각기 다른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서둘러 걷고 있다.
역사 내에 부는 바람이 내 가을 코트 아랫단을 훑는다.
산속의 바람처럼 산뜻하진 않지만, 건조하고 황량한, 그러나 거세지 않은 바람에서 언어의 향기가 풍긴다.
내 움직임, 또 다른 사람들, 주변의 풍경에서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그리고 분명하게 언어의 향기가 풍긴다.
방금 전까지 날카롭게 벼리다 못해 스스로를 베어버릴 듯한 비판적인 생각과 태도였던 내 마음은 어느새 아득해졌다.
역사 내 각진 기둥과 천장, 스크린 도어에서도 따뜻한 언어의 향기가 배어 나온다.
취해서일까.
출근길은 글이 되고, 시가 되고, 음악이 되고, 춤이 된다.
이곳에 더 머물며 향기를 듬뿍 즐기고 싶다.
가끔 주말 오전 아내가 아직 침대에 있을 때, 혼자 아이를 보기도 한다.
1층 베란다를 겨우 찾아 스미는 아침 햇살 속에서 아이와 블록을 가지고 노는 거실의 공간과 시간은 작고 가벼운 재잘거림으로 채워진다.
얕은 체리향 샴푸에 감은 아이의 머리카락 냄새는 재잘거림 속 쌓여가는 단어와 표현에 향기를 입힌다.
때로는 멈추기도, 다시 시작되기도 가벼운 웃음도 향기로운 냄새를 풍긴다.
내가 맡은 그 향기는 그다지 좋지 않은 냄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겐 소중한 가치다.
때로는 추하게 코를 킁킁거리면서까지 쫓기도 한다.
언어라는 향기를 모으는 조향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