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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of SNU Oct 09. 2021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지지합니다

구성원의 진정한 후생복지를 위하는 생활협동조합을 바라며       

서울대학교 학내 비정규직의 소리를 전하는 학생모임 <빗소리>는 노동자 방문 취재, 노동자-학생 연대 활동 진행, 노동 관련 세미나 및 연구 등의 활동을 하는 인권봉사분과 동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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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의 진정한 후생복지를 위하는 생활협동조합을 바라며       



 “이러다 다 죽는다.” 학생회관과 관악사 식당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머리띠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지금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소속 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은 투쟁하고 있습니다. 서울대의 무시와 방치 아래 곪아온 오랜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빗소리는 생협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현재 생활협동조합의 노동환경은 노동자들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충분하지 못한 수의 노동자들이 과중한 노동 강도를 감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도 국정감사 당시 오세정 총장님은 “생활협동조합의 인원 감축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전혀 달랐습니다. 계약 기간이 연장되지 않은 계약직 노동자들은 해고되기 일쑤였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거나 노동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인원들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생협 노동자들은 60명 이상이나 감축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노동 강도는 큰 변함이 없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식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식사를 준비하는 데 드는 기본적인 노동은 결코 식수 감소에 비례하여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협이라는 일터는 노동자들에게 근골격계 질환과 같은 고통을 떠안기는 위험한 곳이 되어갔습니다.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을 견디기 위해 ‘뼈주사’라고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가며 일합니다. 고통을 참지 못해 찾은 병원에서 동료 노동자를 만났다는 웃지 못할 일화들도 존재합니다.      


 노동자가 일하면서 아플 수밖에 없는 식당에서 우리는 밥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을까요? 지금과 같은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10월 18일부터 확대되는 대면 수업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가중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요구합니다. 서울대학교 본부와 생활협동조합 경영진은 노동자들의 인력 충원 요구를 진지하게 경청하여 주십시오. 생활협동조합의 인력을 속히 충원하여 주십시오.      


 현재 생협 노동자들의 저임금 실태 또한 심각합니다. 3가지 직급을 115구간의 호봉으로 나눈 현 임금체계는 생협의 노동 현실과 유리된 채 저임금 문제를 악화하고 있습니다. 구간별 임금인상분이 터무니없이 작아서 아무리 오래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심지어 1·2호봉의 월급액은 최저임금에 미달하기까지 합니다.     


 이에 노동자들은 직급을 없애고 호봉을 총 45구간으로 단순화하는 단일호봉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9년의 생협 파업 당시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바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생협 사무처는 임금협상과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과정에서도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들을 거부해왔습니다. 서울대 노동자들은 도대체 언제쯤에야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생협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식사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밥 한 끼와 노동자가 먹는 밥 한 끼가 다르다는 사실은, 생협 노동자가 겪고 있는 부당한 처우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밥 먹는 일조차 똑같을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노동자가 서울대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다고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닭고기가 없는 삼계탕, 함박스테이크가 없는 햄버거 오므라이스, 연어가 없는 연어 덮밥을 보며 우리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성원의 복리후생을 위한다는 생협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복리후생을 외면하고 있다면, 과연 생활협동조합이라는 기관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진정한 복리후생 없는 생협을 바라지 않습니다. 노동자 없는 서울대학교를 바라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제 손으로 만든 음식도 먹지 못하는 서울대의 가혹한 아이러니를 더는 감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에 우리는 요구합니다. 서울대학교 본부와 생활협동조합 경영진은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식비를 지급하는 등 노동 처우를 개선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노동자도 서울대학교의 존엄하고 동등한 구성원임을 행동으로 입증하여 주십시오.                    



2021년 10월 5일


서울대학교 학내 비정규직의 소리를 전하는 학생모임 빗소리



(이하 성명서 전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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