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라인 잘 쓰는 법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도록 쓰기
나는 제법 유능한 과외선생이다.
삼수끝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수능이란 내가 가장 잘 알고, 나에게 가장 쉬운 분야가 됐다. 대학다니면서 과외를 열정적으로 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4-5년 정도 진행하면서 나만의 커리큘럼이 생겼다.
첫번째 수업은 항상 '수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적절한 동기와 공부 방향성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들이 적어도 1년간 온 힘을 쏟을 시험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시킨 뒤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능이란, 대학수학능력평가'의 줄임말로써, 대학에서 학습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대학에서는 전공과 상관없이 두가지 능력을 필수적으로 필요로한다.
1. 책이나 논문, 강의에 담긴 지식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이해할 것.
2.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의 의견, 생각을 가감없이 표현할 것.
수능은 이 두가지 능력 중 첫번째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지문에 담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가, 없는가. 수능에서 주요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인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모든 지식들은 언어로 전달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말인 한국어, 세계 공용어인 영어, 이과 계열의 과목에서 언어로 쓰이는 수학을 잘 활용하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웬만한 지식들을 언어로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받는 셈이다. 무엇을 전공하든, 어떤 직업을 가지든 이 능력이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개인적으로, 수능은 문제나 풀이방법을 통해 첫번째 능력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잘 구사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시험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육이 첫번째 능력에 힘을 쏟는다면 도대체 두번째 능력은 언제, 어떻게 함양해야하는가.
지식을 올바르게 전달받는 것을 중시하는 한국의 교육풍조 때문에 글쓰기에 대한 기초교육이 부족하다. 과연 한국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데 망설이는 이유는 그들이 순종적이기 때문일까. 혹시 의문이 들어도 표현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대학에 진학하면 필수교양으로 학술적 글쓰기의 기본 소양을 쌓을 수 있고 전공에 따라 심화과정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기초교육에서 지식을 전달 받는 방법은 상세하게 가르치는 데 비해 의견을 표현하는 법에 대한 단계나 정보가 확실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전문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그저 수능을 공부하는 정도, 고등학교 교육 수준의 글쓰기 정보가 필요하다.
구글에 '로그라인 잘 쓰는 법' 이라고 검색했을 때와 'how to write a good logline'이라고 검색했을 때 검색결과만 봐도 우리나라 글쓰기 교육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드러난다.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도 제법 많은 블로그 글들이 나오는데 전부 '흥미롭게 써라!'라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거나 '한문장으로 써라!' 라는 당연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도움이 되는 것은 간혹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글정도? 반면, 영어로 검색했을 때는 로그라인 쓸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 로그라인을 완성하는 구체적인 단계, 로그라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팁 등 체계적이고 학술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여러 매거진, 교육 사이트에서 글쓰기의 정보를 제공하는데,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보다 용어도 일정하고, 단계들도 어느정도 합의된 형식이 있다. 열심히 뒤지면 한국어로도 정보가 나오겠지만, 영어로 검색했을 때 글 잘 쓰는 법에 대한 정보 허들이 확실히 낮고 기초적이지만 확실하다.
how to write a good logline
[protagonist] + [inciting incident] + [protagonist’s goal] + [central conflict]
[주인공 + 사건의 시초 + 주인공의 목표 + 주요 갈등]
순서 상관없이 이 네가지 조건을 포함하는 문장이 로그라인이다.
* 20-30 단어의 한문장정도의 분량
하지만 네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문장을 한번에 쓰기란 쉽지 않다. 각각의 조건을 나누어서 생각해보면 로그라인을 금방 완성할 수 있다.
1️⃣ 주인공: 주인공을 특징을 잘 드러내도록 단어 조합하기 ex) 해리포터: 신비한 능력을 가진 고아
2️⃣ 사건의 시초: 주인공이 어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가
ex) 해리포터: 자신을 찾아 온 해그리드에게서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됨
(참고: https://blog.reedsy.com/inciting-incident/)
3️⃣ 주인공의 목표: 주인공을 움직이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가 무엇인가
ex) 해리포터: 자신의 부모님과 출신을 알고싶음
4️⃣ 주요 갈등: 주인공의 목표를 저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인가
ex) 해리포터: 마법사회의 거대한 악과 싸우는 것
1️⃣ 엔딩을 스포하지 않을 것
2️⃣ 로그라인 각각의 요소(주인공, 사건의 시초, 주인공의 목표, 주요갈등 )들이 대립하거나 모순될 것 :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됨!!
1. Little Miss Sunshine: When a wannabe child beauty queen learns that a spot has opened up in the “Little Miss Sunshine” pageant, she convinces her dysfunctional family to make the cross-country trek, despite her father’s (and society’s) protestations that she may not have what it takes to win.
2. Star Wars: Episode IV - A New Hope: When an optimistic farm boy discovers that he has powers, he teams up with other rebel fighters to liberate the galaxy from the sinister forces of the Empire.
3. Titanic: Two star-crossed lovers fall in love on the maiden voyage of the Titanic and struggle to survive as the doomed ship sinks into the Atlantic Ocean.
4. Finding Nemo: When his son is swept out to sea, an anxious clownfish embarks on a perilous journey across a treacherous ocean to bring him back.
출처: https://www.masterclass.com/articles/screenwriting-tips-how-to-write-a-logline
더 많은 예시: https://www.logline.us
나는 개인적으로 영어로 된 설명을 보면서 한국어로 작성하는 것이 어려워서 제일 처음 로그라인을 작성할 때 영어로 작성했다. 한국어로 로그라인 쓰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1️⃣ 첫째로, 한국어에서 긴 문장을 쓰는 것이 어색하고
2️⃣ 두번째로, 한국어에서 수식어가 많은 문장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영어는 단어 사이사이에 수식어를 잔뜩 끼워넣기 쉽고 끼워넣어도 잘 읽혀서 로그라인 쓰기에 훨씬 적합했다.
(정보전달에 있어서 한국어 어순보다 영어 어순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
그래서 일단 영어로 쓰고 한국어로 적절하게 번역한 다음 짧게 문장을 나눴다. 이렇게 쓰니 그럴듯한 로그라인이 꽤 금방 완성되었다. 물론,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는 오랜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기초적인 내용은 이 정도로 충분했다.
영어로 정보 찾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문화강국이라고 K콘텐츠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면서 용어조차 제대로 정리가 안 되어있어 당황스러웠다. 글쓰기에서 필요한 용어가 정확하게 번역되고 글쓰기의 단계들이 한국어에 적합하도록 정리되어 글쓰기에 관한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