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일으키는 대신 택했던 많은 잠을 말이야. 피로가 핑계였을지도 모르지만 계속 길을 잃었잖아. 친구를 만나러 가거나 집에 가거나 여행지에 가거나 하나같이 도착하지 못하고 잠에서 깼잖아. 그래서 다시 잠을 청하려 했던 걸까 도착하기 위해서.
눈을 끔뻑이다가 감으면 찰나에 눈에 들어온 시계가 새가 되어 날아가거나, 마지막으로 떠올린 친구가 나오거나, 활동하던 시간에 남았던 어떤 이미지가 꿈에서 나타나거나, 무의식의 조각들이 총출동하는.
아주 어릴 때도 꿈을 자주 꿨는데, 어떤 나이 대에는 잠이 들면 내가 자꾸 바다에 가 있어서, 그 바다에 가는 느낌이 정말 어딘가로 이끌리듯이 내 몸이 이동하는 기분이라서 자기 전에 ‘오늘은 절대 바다에 가지 않을 거야’라고 하면서 정신을 또렷이 차려보려고 하지만 결국 굴복하게 말았지. 낯설지 만 꿈에서는 이미 익숙한 바위가 깔린 바닷가에 서 있었어. 어느 날에는 ‘아, 집으로 돌아가야 해’라고 몸에 힘을 엄청 주면서 잠에서 깨면 내 방안이라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했었단 말이지. 그러고 나서 주로 꾸던 꿈은 맛있게 생긴 연시감이 내 손에 있었는데 먹으려고 하니까 잠에서 깨버리는 그런 것들. 그런 꿈은 몇 초 동안은 손바닥에 왜 감이 없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하지. 꿈에서 엄마가 죽었던 날에는 눈을 뜨자마자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의 소리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었어. 말도 안 되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내용인 우주 같은 풍경에서 엄마가 사라졌다는 걸 깨닫는 꿈.
풍경을 보던 날도 많았지. 어딘가를 분주히 찾아가는 그 길에서 경이롭거나 기이하거나. 어둠속에서 커다란 보름달이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잔잔한 황금빛이 드넓게 펼쳐지는 밭 사이를 걷기도 하고 거대한 설원을 위에서 내려다보기도 했지. 나에게 재능이 있다면 기억을 토대로 풍경을 구현해내고 싶었지만 쉽지 않은 일이야 그건. 아, 공포장르도 있곤 했었지. 모르는 여자가 자꾸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오려 하거나 어떤 목소리가 나에게 말하거나 많은 얼굴이 천장에 둥둥 떠다니거나. 주로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심할 때 이런 꿈을 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여자는 내가 아닐까 싶기도 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는 내가 아니었을까 문을 열어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삶의 많은 시간을 하루를 시작하는데 버거워하며 보냈던 것 같아. 머리로는 알지만 그 순간이 다가오면 어쩐지 용기가 생기지 않는단 말이지 그래서 몸을 일으키지 않고 다시 꿈속으로 가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까 목적지에 늘 도착하지 못했던 건 내 몸을 움직여 살아내야 하는 곳은 그곳이 아니니까, 내 목적지는 현실에 있을 테니까. …근데 삶에서도 꿈에서도 목적지는 애초에 없던 걸지도 몰라 분주히 향하던 그 걸음 때문에 착각했을지도 아 그러니까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게. 맞아,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