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꿈에서 깨어날 때 혹시 너는 이미 죽은 게 아닐까.
축축한 공기가 내려앉은 등산로 초입 계단을 지나 부지런히 어딘가로 향해 가던 나는 쪼그려 앉은 너를 만났고 근처 호프집에 가서 맥주 한 잔을 했어 나는 여느 때처럼 또 물었어 어떻게 된 거냐며 모두들 너의 사정을 궁금해하고 있다고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거나 혹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그래 라며 되물어 이제 이렇게 만났으니 같이 친구들을 만나러 가자고 그렇게 우린 분명 같이 걷기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기다리던 곳에서 넌 사라지고 없었어.
등산로 초입을 다시 지나간 너를 본 누군가가 울면서 지나갔다며 알려주었어. 어느 날에는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며 이제 곧 볼 수 있다고 말하거나 어린 시절 너의 집에 찾아가 보니 돌아왔다며 엉망인 집에서 나를 맞이하거나 혹은 너무 힘들다고 울거나.
처음에는 부정의 마음 내가 좋은 친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내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이 들 때쯤 너는 영영 내 삶에서 흔적을 감춰버렸고 나는 그 뒤로 관계에서 많은 태도를 바꿔야 했어 믿어 의심치 않는 관계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시간이 꽤 흐른 후에 내가 너에 대해서 몰랐던 점을 다른 친구를 통해서 듣게 되었을 때도 너와 함께한 10대 시절에 내가 알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우리가 늘 헤어지는 길목에서 지치지 않고 떠들었을 때 그 내용에 왜 네가 가진 고민이나 어려움은 없었던 걸까. 나는 정말 좋은 친구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새벽에 길을 걷다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어. 너도 잘 알겠지만 나는 그렇게 잘 우는 사람이 아니잖아? 너는 정말로 나란 사람에게 질려서 떠나버린 걸까? 하지만 내 삶뿐만 아니라 관계했던 모든 사람들의 삶에서 흔적을 감춘 건 계속 물음표이긴 해 넌 어디로 증발한 걸까. 2015년도에 너에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던 걸까. 나는 또 무엇을 놓치고 있던 걸까 왜 전화를 걸어 무작정 나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게 아니라 너의 안부를 묻지 않았던 걸까. 아직까지 찾아 나서지 못하는 건 어떤 두려움일까. 그렇게 10년. 네가 사라지고 내게 생긴 연인은 제법 너와 취향이 닿는 지점이 있어서 너를 내 삶에서 지우려고 할 때마다 불쑥 다시 떠오르긴 해. 난 여전히 너에게 영향받은 영화를 좋아하고 너의 취향의 음악을 가끔씩 찾아 듣고 네가 좋아하던 책을 기억해.
그날의 꿈을 꾸고 눈을 떴을 땐 네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동안의 꿈은 나의 지독한 미련이 반영된 것이라고 여겼다면 그날의 꿈을 좀 달랐지. 하지만 죽었다면 오히려 소식이 들려왔겠지? 어쩌면 나는 앞으로 너를 죽었다고 여기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네가 사라지고 나는 누구와도 전화를 붙잡고 오래 통화할 수가 없게 되었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관계를 어느 정도의 경계를 가지고 만들지 않으려고 해. 그럼에도 그 때나 지금이나 누군가의 사정을 먼저 묻지 않는데 가끔 이 지점은 헷갈려. 먼저 묻는 게 좋을까?
더 이상 상상이 불가할 때 너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될까? 꿈에서 마주치는 것처럼 갑자기. 그때 너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나는 어떻게 말을 걸 수 있을까 내 꿈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