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둔 곳에 편하게 놀러 가는 게 가능한가

by 나경

지난해 가을 3개월 동안 동네 레스토랑에서 서빙알바를 했다. 재밌고 적성에도 맞았지만 족저근막염이 생겨 그만뒀는데, 그때 단 하루 인수인계받고 친해졌던 전임자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고 있냐 발바닥은 어떻냐, 지금은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 등 근황을 나누다가 날 잡고 보자고, 같이 일하던 레스토랑에 놀러 가자는 제안이 왔다. 나는 마지막 카톡을 읽고 아직 대답을 못하는 중이고…


일하다 그만둔 곳에 아무렇지 않게 스스럼없이, 그냥 동네 아는 언니 오빠네 가는 것처럼 놀러 가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한가? 지금까지 일하다 그만둔 10개가 넘는 곳들 중에서도 그만두고 나서 놀러 간 적은 손에 꼽는다. 그렇다고 다 안 좋게 퇴사했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그만둘 때마다 선물도 주고받고, 주책맞게도 늘 눈물바람이었다.


생각해 보면 사회초년생 때까지는 한번 맺은 인연을 감사히 소중히 하며 쭉 이어가려고 노력도 했던 것 같다. 근데 그때마다 느꼈던 것은, 그들과 나 사이의 어쩔 수 없는 그 무수한 공백들이었다. 그들과 나눌 수 있는 얘기는 내가 그곳에 다닐 때의 추억, 내가 아는 이들의 현재 근황과 나의 근황 및 계획을 주고받기.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한두 번 더 만나다가 어영부영 흐지부지 흩어져버린 수많은 인연들이여…


그 공백의 씁쓸함을 알아버린 나는 사회생활 연차가 쌓여갈수록 헤어질 땐 비록 눈물바람일지언정, 그만두고 나서는 그 인연들을 내 인생에서 없던 사람들처럼 지웠다. 다니면서 인스타 친구를 맺은 사람들 정도만 서로 스토리 보고 가끔 디엠을 주고받고 있고, 따로 연락해서 찾아가거나 아직까지도 연락을 이어가는 사람은 1년 전 그만둔 곳의 동료가 유일하다.


알바를 그만둘 때 사장님은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배고파도 오고, 안배고파도 오고. 그냥 오다가다 아무 때나 들르라고. 진심을 담아 말해주었고 나도 그러겠노라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말이 정말 진심일까. 내가 막상 진짜 찾아가면 뒤에 가서 “걔 놀라오라고 했더니 진짜 왔더라~” 하지는 않을까… 나 정말 사람 못 믿는 듯...


물론 이건 내 꼬인 마음에서 비롯된 기우일 가능성이 크고, 아마도 코딱지 만한 동네 살면서 그만두고 나서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 내게 서운함을 느끼실 수도 있다. 아마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을 듯... 근데 여기까지 생각이 들면 그냥… 더 안 가고 싶어진다…


책 <행복의 기원>에 따르면, 정신적 신체적 즐거움의 합인 행복을 위해서는 가장 큰 행복자원인 인간을 많이 만나야 한다던데… 생각해보면 인간관계도 정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아닐까… 저는 그냥 사람 말고 다른 행복자원 찾아볼게요…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으므로… 카톡 답장을 해야겠다.


“아 언니 그냥 우리 다음에 따로 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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