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무엇인가

by 나경

일을 쉰 지 1년이 지났다. 일 그만두고 반년은 실업급여를 받았고, 그 후엔 동네 레스토랑에서 서빙알바를 했다. 살면서 처음 해보는 서빙알바라 걱정도 했지만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아 재미도 느끼고 즐겁게 다녔는데, 족저근막염 이슈로 3개월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백수와 다름없는 생활이 1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고, 몸이 슬슬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다.


일은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했으니 15년 가까이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한 곳에서 진득하게 버티는 성격은 못되어서 1년, 2년씩 다양한 직종을 옮겨 다니며 일했다. 그간 일하면서 느낀 점은, 일하는 건 그 자체로도 정말 개힘든데, 일보다 사람이 훨배 더 힘들고, 회사 따위 엿이나 먹으라는 거였다. 이렇게 평생 괴로운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면 나 그냥 안 살래.. 싶을 정도로, 확실하게 돈은 벌지만 분명하게 불행했던 날들이었다.


열 군데도 넘는 다양한 곳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을 겪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 좋아하는 댕댕이 성격의 엣프제이지만서도 사람 대하는 게 언제나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낯선 일도 6개월에서 1년이면 손과 머리에 익어 수월하게 하게 됐고, 팀에서 에이스란 소리도 종종 들을 수 있었지만, 인간관계만큼은 결코 그렇지 않았으니.


그렇다. 그 유명한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내가 가는 곳마다 항상 그 법칙이 존재했고, 그 또라이는 어김없이 늘 나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속으로는 매일 쌍욕을 하고 눈물을 줄줄 흘려도 겉으로는 항상 하하호호 웃으며 다녔다. 퇴사한다고 말했을 때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직원들까지 다들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 이건 힘든 티를 내지 않는 내 성격 탓도 있다고 보는데 어쩔 수가 없다. 취업률에 미친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녔던 나와 내 친구들은 학교에서 다 이렇게 교육 받아왔기 때문이다. 늘 먼저 인사하고, 웃고 참으며, 힘든 티는 내는 거 아니라고.


놀만큼 놀았다 싶고 일을 해야겠다 하면 일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내가 결혼을 해서 남편 따라 타지에 와있다는 것이다. 여기는 읍면리 중에서도 ‘리’라서 일자리가 없다. 잠깐 서빙알바를 했던 것도 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족저근막염 때문에 서빙알바는 다시는 할 수 없게 되었고, 다시 서울 가서 일하자니 또 주말부부 신세로 살긴 싫고. 아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15년 가까이 일해왔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호기롭게 일을 때려치우고 왔던 건데, 문제는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일을 하지 않으니 스스로가 하등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만 같은 거다.


얼마 전에 본가에 갔다가 만나고 온 친구들은 이제 다들 회사에서 일이 제일 많은 직급인 대리, 과장이 되어 주말출근도 불사하며 힘들게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다들 너무 대견하고 안쓰러운 한 편, 또 나보고 그렇게 다시 일하라면 하기 싫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친구들에게 “나는 지금 사람구실을 못하는 거 같어… ” 했더니 분통 터진 한 친구의 말. “하.. 이게 바로 우리의 진짜 문제야! 뼛속까지 새겨진 노예근성!!!”


그나마 요즘은 재택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은 것 같고, 인스타 보면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하게도 돈을 버는 것 같은데… 당최 저것들이 다 어떻게 가능한 건가 싶고, 다 사기인 것만 같아서 선뜻 시도할 용기가 생기지가 않는다. 사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은 글 써서 돈 버는 삶이긴 한데… 요즘은 글 써서 책을 팔려고 해도 인플루언서 먼저 되라고 하는 세상이니 뭐… 그리고 이렇게 써가지고 글로 돈 벌겠냐고요…


과연 내가 기꺼이 수긍할 만한 고생이라고 느끼며 할 수 있는, 천직과도 같은 일이 이 세상에 있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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