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차분 Aug 28. 2024

빵순이 탐정단의 베이글 탐방기

우리 이름은 칠월&차분! 탐정이죠.

내 '취향'이 없어서 주말이 무료한 여러분들을 위해 다양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취 향 보 고 서 - 56✨

빵순이 탐정단의 베이글 탐방기



 “너는 빵만 먹고 살 수 있어?” 라는 질문에 당당히 “YES!”를 외치는 나나는 빵을 정말 좋아해촉촉하고 맛있는 빵은 언제든 환영이지예전에는 초코빵 연유 빵 같은 달달한 빵들을 좋아했는데요즘은 호밀빵이나 베이글 포카차야, 치아바타 같은 담백한 빵들이 좋아.

 

 그중에서도 특히 베이글을 가장 좋아하는데, 외국 영화에서 아침에 블랙커피와 함께 베이글을 먹으며 출근하는 모습이 왠지 멋져 보였거든. 그걸 따라 해 보고 싶었던 철없던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몰라 차갑고 딱딱하게 포장된 베이글을 사서 그대로 한 입 베어 문 게 나의 베이글 첫 경험. 대체 이게 빵인지 고무인지 알 수 없는 강렬한 딱딱함에 ‘아 역시 미디어는 허상이구나’라며 충격을 받았지. 한참 뒤에 반으로 가른 베이글을 따뜻하게 구워 부드러운 크림치즈를 바를 ‘정상적인 식사 방법’으로 베이글을 먹어보았는데, 내가 얼마나 베이글에 미안한 행동을 했는지 반성했다니까.

 


 뉴욕이 아니라 런던이요?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아마 베이글 대란의 시초가 아닐까? 안국 본점에서 시작해 ‘베이글 오픈런’까지 만들어 낸 엄청난 인기로 지금은 잠실이나 제주 등에도 매장이 있어.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도 오픈런은 필수. 베이글은 포장도 가능하고, 매장 식사도 가능한데, 본점 기준 매장이 작아서 매장 식사는 좀 더 오래 기다려야 해.


 브릭레인, 쪽파 프레첼, 감자 치즈 등 다양한 베이글은 물론 베이글로 만든 잠봉샌드위치까지 종류도 제법 다양하고, 샌드위치를 제외한 가격대는 4천5백 원 내외로 무난한 편이야. 평일 오후인데도 1시간 가까이 웨이팅을 해 겨우 들어갔는데, 매장 안은 말 그대로 ‘바글바글’. 매장 내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주문 소리가 섞여서 조금은 시끄러웠어. 귀가 시끄러운 곳에선 실시간으로 에너지가 닳는 I인가 칠월은 기력을 급격하게 잃어갔고, 얼른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서 베이글 몇 개와 샌드위치만 구매해서 매장을 나왔어.


 구매한 베이글은 근처 공원에서 맛을 봤는데, 첫인상은 생각보다 평범했어. 날이 좀 쌀쌀해서 따끈함이 없어서일까? 빵 자체는 담백하고 식감은 쫄깃한 편이지만, 고된 웨이팅의 시간에 비해 인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조금 아쉬웠어.


 하지만 런던베이글이 왜 인기가 있는지는 알 것 같았어. 매장 인테리어부터 예쁜 플레이팅, 냅킨 하나까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표현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 MZ 취향을 그대로 저격했다는 게 인기 요인이 아닐까 싶었어. 모든 베이글을 맛보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남아있는 곳이야. 좀 더 ‘한가한 시간 때에’ 다시 가보고 싶다. 자리에 앉아서 따끈하게 서빙된 맛을 보고 싶어.


 

 오픈런 다시 할 맘이 있다! -코끼리 베이글


 언젠간 가보리다 마음속에만 저장해 두었던 곳인데, 점점 유명해져서 이젠 더는 미룰 수 없다 싶어 얼마 전 다녀왔어. 평일 낮에 한 번 시도했다가 ‘재료소진 마감’을 한 번 경험하고 아예 오픈런을 시도하기로 했지. 평일 오전 8시30분 오픈이라 나름 머리를 써서 사람이 없을 ‘비오는 월요일 아침’에 방문했는데도 줄이 어마어마 하더라. 한 시간을 기다렸어. 


 영등포 본점을 방문했는데, 이곳은 매장에서 식사할 순 없고, 포장만 가능해. 1인당 구매 개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베이글 라인 업 중 구매할 개수를 신중히 골라야해. 모두 휴대폰 메모장에 종류와 구매 개수를 미리 적길래 나도 따라 적었어. 다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더라고. 이런 룰이 이렇게 잘 지켜지다니. 신기했어.


 구매한 코끼리 베이글의 첫인상은 ‘쪼글쪼글‘. 원래 베이글은 끓는 물에 데쳐 호화 시킨 뒤 오븐에 굽기 때문에 겉면이 매끈하고, 밀도가 느껴지는 단단한 빵이잖아? 그런데 코끼리 베이글은 봉지에서 습기를 잔뜩 머금은 붕어빵처럼 흐물흐물. 좀 당황스러운 비쥬얼. 데치고 굽는 방식이 ’몬트리올식‘으로 좀 차이가 있대.


 역시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또 “음 좀 평범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 정도면 내가 평소에 엄청난 베이글을 먹고 살고 있는가? 또 미디어의 허상인가 약간 당황스러웠는데 5분 뒤 이미 한 개를 뚝딱 먹고 자연스럽게 하나를 더 꺼내 드는 내 모습 발견. 꿀떡꿀떡 넘어간다는 표현이 딱 맞는 맛이야. 원래 베이글은 스프레드를 곁들이지 않으면 퍽퍽한 느낌이 있어서 크림치즈를 꼭 찾게 되는데, 코끼리 베이글은 그럴 필요가 없더라. 재료 본연의 맛들이 하나하나 살아있고 정말 쫄깃했어. 갓 구워나온 빵이라 더 가산점이 있었을지도. 쟁여온 베이글은 냉동실에 얼렸다가 주말마다 꺼내먹었는데 그때마다 그 쫄깃함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너무 좋았어. 올리브 치즈 맛 베이글 내 최애 베이글 등극! 이 정도면 오픈런, 할만하다! (비 안 오는 날에.)



 여기 커피 전문점 아닌가요? 포비 베이커리


 사실 포비(FOURB)는 나에겐 원두 전문점. 커피 맛집인데, 알고 보면 베이글도 한 유명한 곳이야. 퀄리티 높은 커피와 베이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니. 그래서 이곳은 치열한 오픈런으로 찾는 곳은 아니고 직장인들의 지친 출근길을 위로해 주는 곳에 가깝지. 베이글의 종류가 앞서 두 곳만큼 다양하진 않지만, 본질에 충실하달까?


 매장에서 커피와 함께 베이글을 주문하면 그릴에 구워 견과류를 뿌려 내어주는데 아주 고소하고 맛있어. 특히 포비는 베이글에 발라먹는 스프레드가 종류도 다양하고 맛있는 스프레드 맛집이야. 그중에서도 무화과 스프레드는 꼭 한 번 맛봤으면 좋겠다. 은은한 무화과 향이 쫄깃한 빵과 참 잘 어울려.


 포비는 모든 매장에서 빵을 직접 굽지 않고, 빵을 굽는 매장이 따로 있어서 ’갓 구운 빵을 맛본다’라는 점에서는 좀 한계가 있지만, 베이글에 호밀로 만든 천연발효종을 넣어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먹어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 거기다 개별포장된 빵은 매장은 물론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 오픈런은 힘들고, 지방이라 베이글 먹으러 서울까지 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포비 베이커리의 편리함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어때? 세 곳의 유명 빵집을 소개해 보았는데, 개인적인 의견이 잔뜩 들어가 있어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순 없지만, 내가 느낀 빵집의 장단점은 이랬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 의뢰인도 존중해. 취향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하니까.

 

 혹시 오늘 레터를 보고 ‘아니 이 집이 왜 3대냐! 여기에 낄 수준이 아니다.’, ‘여기보단 저기가 낫지’라며 빵집 선정에 불만을 가진 의뢰인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 그 핑계로 나는 빵 투어를 다시 할 수 있으니까! (사심) 아무튼 빵순이는 이렇게 맛있는 베이글 집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몹시 행복하다는 뜻입니다.


 일단 이 유명한 빵집이 모두 서울에 모여있어서 아쉽다. 분점 좀 내주라! 부탁한다!



▶취향탐정단의 평가

다음엔 성심당 특집 간다!


- 뉴스레터 구독: https://taste-shoot.stibee.com/ 

- 유튜브 구독: https://www.youtube.com/@taste_shoot

- 문의 및 제안: shoot.taste@gmail.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