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고,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냈다. 내 머릿속엔 그 노랗고 통통한 오믈렛으로 가득 찼다. 가운데를 칼끝으로 슬쩍 가르면 반쯤 익은 노란 계란이 좌르륵 쏟아지는 그 오믈렛이었다. 유튜브에서 음식 영상을 보고 이렇게 사로잡힌 건 처음이었다.
영상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틀었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선 벌써 몇 개나 되는 통통한 오믈렛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버터를 주사위보다 조금 크게 썰어서 팬에 녹인다. 적당히 달아오른 팬에 잘 풀은 계란물을 붓는다. 불 조절이 관건이다. 약한 불로 천천히 눋지 않게 익은 가장자리부터 젓가락으로 살살 떼어낸다. 이때부턴 손기술이 필요하다. 팬을 기울여서 계란을 한쪽으로 몰고, 젓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안으로 말리도록 한다. 팬을 손목 스냅으로 살짝씩 튕겨주면 더 말기 쉽다. 자, 이제 실전이다.
계란을 먼저 풀었다. 푹신한 느낌을 더 주기 위해선 공기가 많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열심히 휘저었다. 계란물의 색깔이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노르스름해졌다. 버터를 꺼내 썰었다. 무게를 달지 않고 눈대중에 의지했다. 팬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불을 켜고 센 불에서 조금 달군 다음, 중불로 줄였다. 손바닥을 펴서 팬 바닥 쪽에 가져가니 후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때가 된 듯했다. 버터를 팬에 올리고, 팬 한쪽을 들어서 돌리면서 기울였다. 버터가 팬의 가장자리를 따라 돌며 녹아내렸다. 금세 부엌은 버터향으로 가득 찼다. 얇고 고르게 팬 바닥이 버터로 코팅됐다. 계란물이 담긴 그릇을 들어 올렸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릇을 팬의 상공에서 기울였다. 노란 계란물이 주르륵 흘렀다. 팬 위로 동그란 노란 원이 퍼져나갔다. 노란 원에 통통한 오믈렛이 벌써부터 겹쳐 보였다. 다시 한번 팬을 살며시 들고 돌리며 기울였다. 계란물이 골고루 펴졌다. 아래는 불투명해지며 익어갔지만 위엔 아직 완전 물이었다. 젓가락을 들고, 가장자리를 살살 긁었다. 딱지 일어나듯 떨어진 단면은 뽀송뽀송해 보이기까지 했다. 입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점점 불을 줄였다. 이젠 윗면에 물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팬을 살짝 들어서 기울인 다음, 들어 올린 쪽부터 젓가락으로 긁으며 말아서 덮으려 했다. 영상에서 보던 것처럼 팬이나 손동작을 따라 하려 했다. 일부는 부드럽게 떨어지며 말렸다. 대부분은 젓가락이 닿은 자리마다 찢어져 너덜너덜해졌다. 익은 계란이 팬의 바닥에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았다. 모서리가 지저분해지자, 젓가락 끝의 떨림이 눈에 띄게 커졌다. 최대한 모양을 잡으며 팬을 돌려가며 말아 올리려 했다. 젓가락이 닿는 곳마다 노란 살점이 찢겨 나갔다. 바닥에 눌어붙은 계란은 좀체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 찢어진 틈 사이로 아직 익지 않은 액체가 흘러나와 지익 소리를 내며 굳었다. 손잡이를 잡은 왼손에 땀이 찼다. 앞뒤로 흔들었다. 덜 익은 반숙상태의 계란물이 팬 바깥으로 튀었다. 가스레인지에 노란 계란물 자국을 남았다. 눌어붙은 계란은 팬의 일부 같았다.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고, 젓가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바닥을 박박 긁었지만, 마찬가지였다. 한숨이 새어 나왔다. 불도 최대한 줄인 상태로 손을 놓았다. 이미 내 머릿속에서 통통한 오믈렛은 젓가락으로 난도질 당해 너덜너덜해졌다. 싱크대를 쳐다봤다. 계란물이 담겨 있던 그릇이 덩그러니 개수대에 놓여 있었다. 노란 계란물이 그릇 벽을 따라 흘러내린 흔적이 그대로였다. 다시 젓가락을 들고 마음껏 휘저었다. 비정형의 계란을 나는 휘젓고 난도질했다. 젓가락이 스치는 곳에 따라 계란은 춤을 추듯 탱글거렸다. 가스불을 끄고, 잔열이 사라지기 전까지 젓가락을 놀렸다. 노란 파편들은 손목의 스냅을 따라 공중으로 튀었다가 다시 뜨거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더 빠르게 팔을 휘둘렀다. 묘한 해방감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노란 스크램블드 에그가 완성됐다. 식탁 위에 놓인 접시에 긁어서 덜어냈다. 소금을 조금 뿌리고, 후추와 허브 믹스를 약간 뿌렸다. 그리고 휘젓던 젓가락 그대로 집어서 한입 먹었다. 간간하면서도 후추와 허브향이 감돌았다. 계란은 적당히 잘 익어 부드러웠다. 조직이 흩어져서 입 안에서 녹았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연신 젓가락은 스크램블드 에그를 집어다 입으로 날랐다. 금세 스크램블드 에그 한 접시를 해치웠다. 깨끗하게. 마치 접시를 핥아먹은 것처럼 먹어치웠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계란에 속이 따뜻해졌다. 버터향이 코끝에서 맴돌았다. 간단하지만, 맛있는 식사였다. 어느새 통통하고 가르면 속이 좌르르 쏟아지는 그 오믈렛은 머릿속에서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