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면허

by 허무

대구에 내려가는 건 1년에 많아야 네 번 정도였다. 설과 추석 외에는 그가 내려갈 때 함께였다. 내 부모님은 대구에, 그의 부모님은 군위에 있어 지척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가는 길에 구미역에서 내려주면 나는 대경선을 타고 대구역으로 가서 집으로 갔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서부터 차가 막혔다. 이 구간은 자주 이랬다. 병목현상으로 상습정체가 발생했다. 그는 시옷을 세게 발음하면서 말했다. 나는 휴대전화에서 네비게이션 앱을 켰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를 바쁘게 움직였다. 옆에 같이 기어가고 있는 차량을 봤다. 바퀴가 내 앉은키 만했다. 트럭 옆에 붙은 노란색 방향 지시등에 눈길이 고정됐다.

옆 차선에 차들이 넘나들었다. 운전대를 잡은 그도 차선을 넘나들었다. 다들 열심히 지그재그로 차선을 옮겨다녔다.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난 통화목록에서 ‘어머니’라고 저장된 번호를 누르려다가 메세지 창으로 옮겨갔다. ‘출발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끄고 창문과 사이드 미러, 그리고 뒤를 계속 돌아보았다.

이번주 로또 샀어? 내가 말했다.

응? 왜? 대답하는 동안 핸들이 흔들렸다. 내 몸과 머리도 파도를 타듯이 흔들렸다.

맨날 로또 1등 안된다고 그러잖아. 이렇게 온통 욕을 해대는데, 1등이 되겠어? 진지한 말투였다. 그는 피식 웃는 듯 했다. 이내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입은 뭔가를 머금은 듯 뺨이 실룩거렸다. 난 말없이 핸들을 쥐고 있는 그의 팔뚝을 쓰다듬었다.

중간에 기름을 넣으러 휴게소 주유소에 들렀다. 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우리 차엔 구미까지 딱 맞게 도착할 정도의 기름이 있었다. 그는 조금만 더 주유하려 했다. 앞엔 흰색 승합차가 주유를 하고 있었다. 주유소의 통로는 좁은데다 차들로 가득차 있었다. 앞 차량 운전자가 내려서 화면을 만지고, 주유기를 꺼내어 주유구에 걸었다. 그도 차에서 내려 주유기 화면을 조작하고, 주유기를 꺼내어 주유구에 걸었다. 앞 차 운전자가 화장실로 뛰어갔다. 나는 그 사람이 화장실 문을 열고 사라질 때까지 보았다. 철컥, 하는 투박한 진동이 차 안으로 흘러들었다. 기름이 다 찼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나는 다시 시선을 앞 차 주유구 쪽으로 고정했다. 그가 차에 올라탈 무렵, 앞 차 주유구에 걸린 호스가 꿀럭거렸다. 운전자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나는 주유기와 화장실 문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1분도 걸리지 않아 운전자는 달려왔고, 주유기를 뽑고, 차에 올라탔다. 우리 차엔 시옷 발음이 가득 찼다.


톨게이트를 얼마 남기지 않고 조용히 이야길 꺼냈다.

운전할 때, 짜증나고 화나는 건 이해해. 그런데 욕을 해봤자 그건 다 나와 내 차안에 있는 사람들의 귀로 들어가잖아. 하나도 좋을 게 없는데 왜 그렇게 욕을 해?

그의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좌우로 목을 젖히고 나를 쏘아봤다. 나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 뒤로 거의 구미역에 도착할 즈음까지 그와 나는 말이 없었다. 우리 차는 여전히 차선을 넘나들며 지그재그로 다녔다. 나는 조수석 오른쪽 위의 손잡이에 매달렸다. 구미역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말했다.

너 운전 면허 안 따? 그는 내 쪽을 노려보고 바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안전벨트 버튼을 눌러 풀었다.

안경에 말라붙은 세제 거품에 글씨가 울렁거렸다. 콘솔박스 안의 마른 물휴지를 꺼내어 커피컵 홀더 주변을 닦았다. 그리고, 담배와 휴대전화, 담배 비닐도 주머니에 넣었다. 뒷자석에서 가방을 내리는데 어깨가 삐걱거렸다. 왼팔을 더해 가방을 꺼냈다. 역사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달력이 떠 있었고, 날짜 칸칸마다 '응시 가능' 이라는 글씨가 파랗게 질리도록 빼곡히 들어앉아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