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비둘기

by 허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차가운 공기는, 차가 움직임에 따라 데워지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았다. 조수석의 사람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고정했다. 운전하는 사람은 오른편은 사이드 미러조차 보지 않고, 정면을 응시했다. 이따금 한숨이 흘러나왔다. 운전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쩔 건데? 돈 안 벌 거야? 굶어 죽을 거야? 핸들에 오른손을 얹고, 왼손에는 담배를 들고 있었다. 담뱃재가 길어지자 운전자는 5센티미터 정도 열린 틈으로 담배 끄트머리를 내밀어 재를 떨구었다. 차가 흔들려서 담뱃재 일부가 창문 밖을 넘기 전에 부서지며 운전석 뒷자리로 날렸다. 조수석에서 상체를 왼편으로 돌려 흩어진 회색 가루로 어지럽혀진 뒷좌석을 보았다.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럼 집안 일은? 살림하고 학교다니면서 일까지 해서 돈도 벌어오라고? 던지듯 내뱉고 고개를 창밖으로 고정했다. 내가 돈 없다고 아쉬운 소리 한 적이라도 있어? 억눌려 있던 말이 창틀 너머가 아닌, 차 안의 밀폐된 공기 속으로 터져 나왔다. 상체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왼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담배갑만 쥐고 있었다.

차가 신호에 걸려 정차하면 두 사람은 약속한 것처럼 서로 왼쪽, 오른쪽 창문에 시선을 고정했다. 실내에는 이따금 네비게이션이 내는 경고음과 안내 음성만이 울렸다.

300미터 앞에서 노원역 방면으로 우회전입니다.

미쳤나? 무슨 노원역이야? 어디로 가라는 거야? 운전자가 큰 소리를 냈다. 조수석에서는 몸을 꿈틀 거리더니 네비게이션 화면과 그를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고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할 때마다 운전석에서는 무어라 중얼댔다. 조수석은 아무런 미동도 소리도 없었다. 교차로에서 정지신호에 멈췄을 때였다. 조수석에서 갑자기 몸을 세우고 창밖을 쳐다봤다.

모자이크네. 저런 건 처음인데?

그 말에 운전자도 조수석 창문 너머를 보려고 목을 뺐다. 건널목에는 비둘기 대여섯 마리가 모여 있었다. 비둘기들은 맨 보도블럭 바닥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주워먹느라 바빴다. 그는 조수석에서 무얼 가리키는 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한 마리가 있었다. 머리는 흰색이었는데 몸통이 얼룩덜룩했다. 마치 흰색, 갈색, 검정색, 황토색이 섞인 고양이 무늬 같았다.

그러네. 진짜 모자이크네. 모자이크 비둘기.

신호가 바뀌고, 차가 출발했다. 모자이크 비둘기는 여전히 보도블럭을 오가며 바닥을 쪼아댔다. 차가 움직임에 따라 제각각이던 색깔들은 경계가 허물어져 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평균의 색이 되었다. 둘은 각자 창문을 열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조수석에서 팔을 뻗어 운전자의 입에 문 담배 앞에 라이터를 켜서 갖다 대 주었다. 조수석에서는 담배 연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어느덧 출발할 때의 차가운 공기는 이른 봄볕에 데워져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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