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으로 진입을 하던 중이었다. 빌라 건물 앞에서 한 아이가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잠시 그 아이를 지켜봤다. 아이는 쪼그려 앉은 채로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도록 쳐들고 주차된 차 밑을 이리저리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곤 클랙슨을 손 끝으로 툭 쳤다. 맥 빠진 클랙슨 소리에 아이는 고개를 들고 똑바로 섰다. 그리고 내 차를 보고 한쪽으로 비켜섰다. 아이 얼굴은 피가 몰려서 빨개졌다. 성냥 같았다.
내가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릴 때에도 아이는 똑같이 엉덩이를 들고 머릴 땅에 박듯이 해서 차 밑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나는 차에 기대서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라이터가 만져졌다. 그대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로 잠시 있었다.
대충 다 살펴봤는지 아이는 머리를 하늘로 들고 똑바로 섰다. 그리곤 불이 안 붙은 담배를 물고 있는 나를 쳐다봤다. 아이는 불붙은 성냥처럼 빨갰다. 눈에 핏발도 서 있었다. 나는 눈꼬리와 입꼬리가 만나도록 움직여 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이는 반응이 없었다. 똑바로 나만 쳐다볼 뿐이었다.
왜? 뭐 찾고 있어? 말을 하는데, 입에 문 담배가 꺼덕거렸다. 담배를 손으로 옮기고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가 도와줘?
아이는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고양이를 찾고 있어요. 여기서 봤는데……
냥이가 집 나가서 찾으러 다니는 거야? 내가 다시 물었다.
아뇨. 길냥이요. 이 근처에 다니는 걸 봤거든요. 아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연신 바닥을 살피면서 맞은편 빌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거기에서도 아이는 주차장의 구석부터 엉덩이를 하늘로 들고 머리를 땅으로 해서 바닥을 훑어갔다. 나는 담뱃갑을 열고 피우지 않은 담배를 집어넣었다. 차 문을 열고 던졌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집으로 올라갔다.
다음날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담배를 피우러 내려오다가 그 아이를 또 발견했다. 아이는 어제와 같은 차림에, 같은 행동이었다. 다만, 한쪽 손에 길쭉하고 납작한 직사각형 모양의 뭔가가 들려 있었다. 나는 리모컨 키를 눌러 잠긴 차 문을 열려고 했다. 삑삑- 소리에 아이는 다시 머리를 들어서 내 쪽을 쳐다봤다. 나는 웃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아이에게 알은척을 했다. 아이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말은 없었다. 나는 던져진 담뱃갑을 꺼내고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새빨갛게 타들어가는 담뱃불 너머로 다시 엉덩이를 들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이제는 한 손에 든 무언가를 내밀면서 양쪽으로 흔들고 있었다. 나는 근시안 특유의 실눈을 뜨고 아이 손에 들린 것을 응시했다. 츄르였다. 고양이들이 환장한다는. 웃음이 새어 나오려 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조용한 메신저를 확인하는 동안, 담배 세 모금을 빨았다. 그리고 입에서 연기를 뱉을 때마다 고개를 들어 천장 쪽으로 후- 하고 연기를 뿜어댔다.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너 진심이구나? 나는 담배를 물고 턱끝으로 아이 손에 들린 츄르를 가리켰다.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찌푸리는 듯했다. 울먹이려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담배를 바닥에 대고 신발 뒤축으로 밟아서 껐다. 그리곤 다시 아이에게 말했다. 너 부모님이 냥이 키워도 된대? 집에서? 길냥이 데려가서 키우기 힘들 텐데……
아뇨, 우리 집에선 못 키워요. 엄마 알면 큰일 나요.
그런데 냥이는 왜 찾아? 원래 너랑 같이 놀던 애야?
아뇨, 그냥 지나다가 보기만 했어요. 고양이가 필요해서요.
고양이가 왜 필요해? 너 뭐 이상한 장난치려는 거 아니지? 나는 살짝 얼굴을 옆으로 틀면서 미간에 힘을 주며 아이를 쳐다봤다.
아니에요. 아이도 미간에 힘을 주며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얼굴에 힘을 풀고 눈꼬리를 아래로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럼 같이 찾아볼까?
누렁이예요. 아이도 얼굴에 힘을 풀고 다시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대답했다.
응? 이름이?
아뇨. 누런색이라고요. 아이는 찡그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대답하는 동안 한쪽 발을 가볍게 툭 굴렀다.
오케이. 그럼 한 번 찾아볼까?
아이와 나는 고양이 찾기를 몇 시간이나 계속했다. 아이는 이 건물 저 건물마다 주차장에 가서 엉덩이를 하늘로 들고, 머리를 바닥에 거의 붙일 듯해서 훑었다. 츄르는 흘러내려 아이의 손등에 묻었고, 그걸 다시 바지춤에 쓱 닦아서 바지에 츄르 얼룩 자국이 남았다. 팔도 바꾸지 않고, 계속 흔들면서 찾아다녔다. 나는 아이의 바지춤에 남은 츄르 자국에 계속 눈이 갔다. 그러다 허리와 다리를 숙여 엉덩이를 하늘로 들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서 이리저리 둘러봤다. 같이 일어섰을 때 아이의 얼굴은 여전히 성냥처럼 빨갰다. 나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이마에 땀이 배어 나왔다. 아이의 얼굴에 닿으면 치익, 소리를 내며 탈 것 같은 열기에 슬그머니 소매를 걷어붙였다. 반바지를 입고 나올걸 하고 생각했다. 골목마다 빌라 주차장을 싹 뒤졌지만, 누렁이는 보이지 않았다. 1층 상가마다 아이는 양손으로 손안경을 만들어 유리문에 붙어서 살펴봤지만, 누가 보호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어쩌다 한 번 본 게 아니냐고 물었다. 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학교 왔다 갔다 하면서 친구들과 본 것만 열 번은 넘는다고 했다. 해가 기울어가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편의점으로 갔다. 나는 맥주를,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거기에 담배 한 갑을 더해서 샀다. 우리는 편의점 앞에 앉았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나는 맥주를 따서 한 모금 마시고, 담뱃갑 비닐을 뜯었다. 절취선을 따라 매끈하게 뜯기지 않은 비닐이 삐죽이 남았다. 잘 잡히지도 않는 튀어나온 비닐을 잡고 뜯어내려고 낑낑대는데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는 대충 입구를 찢은, 꼬깃꼬깃해진 츄르가 놓여 있었다. 난 또 눈꼬리를 한껏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편의점 맞은편으로 가 담배를 한 개비 꺼내 피웠다. 연기를 뿜을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시계가 고장 난 달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누렁이 어디 좋은 집에 갔나 보다. 좋은 주인 따라서. 내가 말했다.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아이의 발 앞에 몇 방울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왜 찾는 거야? 누렁이. 걱정돼서? 물어보면서 아이의 미간으로 시선이 향했다. 하지만 아이의 미간은 힘이 빠진 그대로였다. 오히려 눈썹이 양 끝으로 내려가면서 대답했다.
아뇨. 우리 할머니 돌아가셔서요. 데려가려고요.
응?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아이구. 그런데 누렁이는 왜? 할머니가 누렁일 이뻐하셨어? 아이 쪽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물었다.
아뇨. 할머닌 여기 안 살아요. 할머니가 예전에 이야기했었어요. 아이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한 발자국 더 다가가며 허리를 살짝 굽히며 물었다.
무슨 이야기?
할머니가 옛날에 동네에서 다른 할아버지가 죽었는데, 고양이가 할아버지 시체에 폴짝 뛰어 올라가자, 할아버지가 살아났대요. 벌떡 일어나 앉았대요. 그래서……그래서……
아이의 어깨는 점점 크게 들썩였다. 고개가 바닥을 향했다. 엉덩이는 하늘로 향하지 않았다. 아이가 앉은 두 다리 사이의 바닥에는 아이스크림이 녹아 떨어진 자국 외에도 물방울 자국이 툭툭 늘어나고 있었다. 나는 아무런 말 없이 아이의 어깨에 손을 가만히 올렸다. 아이의 얼굴은 더 이상 타오르는 성냥처럼 빨갛지 않았다. 대신 그 불꽃이 손을 타고 내게 옮겨붙은 듯했다. 명치 끝이 뜨거워졌다. 나는 고개를 들고, 시간을 잘못 보고 나온 달을 향해 연기를 뿜었다. 달은 쓸데없이 동그랗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