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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May 16. 2022

갈대습지, 대숲에 부는 햇살바람-하동신월습지,대나무숲

황금빛 갈대숲과 대숲 사이에서 불은발말똥게를 만났다. 갈대는 살랑거리고 대잎은 사각사각 춤을 춘다. 햇살에 반짝거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대숲 사이 나만의 공간, 찾는 이 없어 멍 때릴 자유만 나부끼는 그곳에 가서 햇살 아래 눕고 싶다. 

하동의 5월은 푸르름이 차고 넘친다. 십리벚꽃길의 그 많던 벚꽃은 떨어졌고 새잎을 돋은 벚나무들이 온통 녹색이다. 골짜기마다 주름이 진 듯 녹색의 차밭이 꼬물거린다. 이 즈음의 하동은  어디를 가나 녹색이다. 너무나 녹색이어서 다른 색이 그리워질 지경이다. 다른 색을 보고픈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봄과는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막상 보면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뛰노는 봄기운을 차분히 갈무리해주는 곳, 그곳은 해가 질 무렵에 찾아야 한다. 


늦은 오후, 갈대밭을 지나 대숲에 들었다. 갈대밭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대숲이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  산과 강이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은 운치와 멋을 더해주었다.


해 질 녘에 대숲과 습지 데크길을 걷기 위해서는 시간 안배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하동포구공원과 신월대나무숲, 신월습지가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와 섬진강 줄기 따라 길게 이어져있다. 중간에 주차장은 없으며 하동포구공원 쪽이나 신월습지가 끝나는 곳에 주차해야 한다. 신월습지와 대나무숲에 집중하기 위해 신월습지 끝, 네비로 재첩식당을 찍고 가서 그 앞쪽의 작은 주차공간을 이용하였다. 주차장에 5시쯤 늦어도 6시 이전에 주차를 한 후 걸으면 황금빛 하동을 만날 수 있다.


갈대밭 사이 나무데크가 놓여있다. 데크는 습지를 천천히 꼼꼼하게 둘러보라는 듯이 직선이 아니라 꺾이고 지그재그로 나 있어 단번에 걸어가고 싶다면 도로 옆, 윗 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해가 지면 대나무 숲에 어두움이 짙 드리울 것 같아 해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대나무 숲을 가기로 한다. 도로 옆의 길 또한 나무 데크가 놓여있고 녹색의 잎이 가득 달린 벚나무가 줄을 잇고 있다. 이른 봄에는 이 길에 하얀 벚꽃이 흐드러졌다. 5월, 푸른 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여름이 머지않았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갈대밭을 벗하여 걷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습지가 끝날 무렵 멀리 보이던 대숲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대숲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숨겨진 왕국 같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오직 대숲의 흔들림과 그 사이로 햇살만 간간이 비추는 고요한 숲이다. 걷기 좋게 야자매트가 깔려 있고 중간중간 놓여있는 대나무 의자는 어서 와 누워보라고 유혹의 손짓을 한다. 지금이 대숲을 걷기 딱 좋은 시기다.


이렇게 여유롭고 힐링 가득한 공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낀다. 대나무 의자에 누워 발을 까닥거리며 발 끝에 자리한 해 질 녘의 섬진강을 바라본다. 강물의 유유함에 마음을 내려놓으며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2.5km의 산책로가 있는 대숲은 정원이고 섬진강은 정원을 감싸는 연못처럼 공간이 무척이나 사적이다. 많이 알려지게 되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면 이런 고요 속 평화를 누릴 수 없을 테지. 떠나는 걸음이 내내 아쉽다.



대숲에서 나와서도 대숲과 섬진강, 산 능선 뒤로 떨어지는 해를 보기 위해 자꾸만 뒤돌아본다. 대숲과 습지 사이에서 사람 기척에 잽싸게 구멍으로 들어가 버리는 두 다리가 붉은 게를 보았다. 멸종위기 동물 2급인 붉은발말똥게를 여기서 만나다니. 개발이 되지 않고 자연이 잘 보전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게로 이곳 신월습지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데크에서 섬진강 모래사장으로 내려갈 수 있다. 사람 발자국 하나 없는 곳을 탐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모래사장에 발을 디뎠다. 바닥이 빠져들어간다. 오리와 왜가리 종류의 발자국으로 보이는 형태가 고스란히 파여 있는 것을 보면 지면에 진흙 성분이 많아 자국이 깊이 남는 듯이 보인다. 


습지 사이로 걸으며 갈대밭 사이에 숨어있는 갯벌을 만난다. 이미 세어버린 머리를 흩날리는 갈대밭 안으로 질퍽한 갯벌이 섬진강 하구의 살아있는 생태를 보여준다. 초록 일색의 섬진강가에 갈빛의 노래를 부르는 곳, 다양한 하동의 색을 만나고 싶다면 해 질 녘에 찾아 황금색 일렁임과 금가루가 뿌려진 강을 만나보자. 신월대나무숲과 습지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걷기, 혼자만의 사색이 가능한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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