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돈이 줄줄 새더라...
지난주에는 깡퇴사한 백수의 하루를 적어 보았는데, 이번 주에는 정말 솔직하게 경제적 사정을 적어 보려고 한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 많은 백수는 절대 아니고, 하루하루 전전긍긍 중이다.
깡퇴사를 했다.
사실 내가 깡퇴사를 할 줄 몰랐다. 아무리 회사가 멀어도, 회사에 가면 월급이 꼬박꼬박 나왔기 때문이다. 윗사람들이 짜증을 내거나 내가 하던 프로젝트를 그냥 파투를 내더라도, 그래도 괜찮았다. 월급이 적긴 했지만, 이 나이에 경력도 애매한 나를 받아 줄 회사가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진짜 오래 버텼다. 그런데 어느 날, 그동안 쌓여 온 짜증이 갑자기 폭발했고, 몇 날 며칠 기회를 노리다가 손이 덜덜 떨면서 퇴사를 선언했다.
누군가 물었다. “왜 퇴사했어?”
사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았다. 수많은 작은 짜증들이 모여서 어느 순간 참을 수가 없었고, 지칠 대로 지쳐 버린 나는 그걸 더 이상 감당할 상태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벗어나야 체력이 회복될 것으로 생각했고, 우울감도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다른 직원들이 “퇴사하고 뭐 할 거냐”라고 물었을 때, “아무 계획 없다”라고 답했는데, 그게 정말 사실이었다.
퇴사하고 한 달은 행복했다.
전달까지 일했기 때문에 월급은 그대로 들어왔고,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예상보다 조금 더 많이 퇴직금도 같은 날 들어왔다. 당분간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안일했다. 퇴사하고 나서 2주 정도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퇴사 여행은 꼭 한번 해보고 싶기도 했고, 이전 퇴사 때는 바로 다음 회사에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해 본 적도 없었다. 여행지에서는 신나게 돈을 썼다. 처음 가 본 곳이라서 사고 싶은 것도, 먹어 보고 싶은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회사 밖에서도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꽤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이래저래 돈을 쓰게 되었기 때문에, 퇴사하고 회사에 가지 않게 되면 돈을 적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괜히 장롱을 정리하고 싶어서 수납 박스를 여러 개 샀고, 집안 곳곳에 필요한 것들이 보였다. 집에 오래 있으니까 오히려 인터넷 쇼핑이 늘어서, 식비 정도만 쓰던 회사원 시절과는 다른 돈이 나갔다.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절대 도전할 수 없었던 자격증이었다. 시험만 치는 시험이라면 회사에 다니면서도 할 수 있겠지만, 이 자격증은 일정 시간의 교육을 들어야 했다. 다른 회사에 들어 가거나, 나의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언제 기회가 올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질러 버렸다. 2달가량 학원에 나가서 9시부터 6시까지 수업을 들어야 했다. 수업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8시간가량을 공부하기만 하니, 에너지가 쉽게 바닥났다. 그래서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브런치도 원래 미리미리 써 두었는데, 요즘은 연재 전에 급하게 적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외주 업무가 있다.
회사를 퇴사하면서, 외주를 받은 업무가 좀 있다. 아마도 다음 달까지는 어느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그들이 아직도 나를 직원 다루듯 한다는 점이다. 한 개의 업무가 아니고, 여러 개의 업무를 맡기면서 내 사정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 내부에 일하던 때와 동일하게 작업을 하도록 요구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게 마감일을 맞추고 싶다면 내부에서 해결하라고 전달했다. 그래도 무조건 나보고 하라고 해서 진짜 화가 갔다. 그래도 이렇게 '나 안 해'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건, 내가 아직 절박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돈보다도, 그 회사와 아직도 엮여 있다는 게 더 화가 날 정도니까.
백수가 되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모아둔 돈이 있으니 최소 3개월은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아직은 그 생각이 크게 틀리진 않았다. 자격증 공부 때문에 일이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어떻게든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뿐이다.
아직은 지난 회사에 다니면서 떨어진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지는 않지만, 조금만 무리해도 바로 몸이 아프다. 그러다 보니 의욕도 잘 생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일을 해야 힘이 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곧 찾아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