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치료의 차도가 보이고 있다.
D+8
일요일이다. 딸과 함께 성당에 갔다. 남편의 생미사를 넣었다. 남편의 세례영은 '비오'다. 남편은 무척 성실하다. 저녁마다 드리는 묵주기도를 지난 4년간 한 번도 빠트린 적이 없다. 남편의 정성 어린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면 남편은 분명히 두 발로 걸어 집으로 올 것이다. 난 그렇게 믿는다.
"범사에 감사하라"
오늘의 말씀이다. 우리가 걸어서 이곳에 올 수 있는 것도 성체를 받아먹을 수 있는 것도 모두 감사하라 신다. 나는 남편이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살 수 있는 희망이 있음에 더욱 감사드렸다. 걸어서 함께 성당에 올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드렸다.
내 주변에 나와 매듭을 풀지 못한 자가 있는지 살폈다. 남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 먼저 손 내밀고 용서하고 화해하리라
남편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엎드려 절하고 싶다. 감사하다
D+9
길랑바레는 환자의 고통이 극에 다 달았을 때 비로소 정점을 찍고 내려온다고 한다. 그래서 의사들은 길랑바레증후군을 재해의 병이라고 한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들이 쓴 병상일지를 참고하여 남편의 회복상태를 가늠하고 있다.
이런 병도 있다는 걸 일찍 알았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텐데...
오늘은 딸아이가 면회를 갔다. 눈으로 대답할 수 없는 말은 자음과 모음 판으로 소통을 한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자음과 모음을 합하여 환자가 원하는 문장을 알아낸다. '호흡곤란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말했다고 한다.
근력검사실에서의 다급한 상황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남편은 호흡이 멈추었던 당시의 경험이 심한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그동안 잠을 자지 못하였던 이유가 '호흡곤란 트라우마' 였다는 걸 알고 담당의사께 전했으니 오늘 밤은 편히 주무시겠지?
저녁 무렵 담당의사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폐렴의 염증치수가 17에서 5로 내려왔다고 한다.
폐렴이 치료되고 있다는 뜻이다.
때마침 집으로 오는 길에서 이 소식을 들었다.
소리 질러 외치고 싶었다.
"여러분 저희 남편이 이겨냈답니다"라고...
이 병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희일비하게 만든다.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도 피를 말리게 하는 벙이다
* 폐렴이 치유되고 있다는 기쁜 소식
*호흡곤란 트라우마가 있었다는 슬픈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