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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랑바레증후근 환자의 보호자시점7

환자의 가족도 홙자가 되어간다

by 연희동 김작가

D+12


오늘은 남편의 얼굴이 조금 편해보인다. 지난밤에는 잠을 조금 잤다고 한다. 내 걱정과 근심이 한스푼씩 덜어지는 느낌이다.


주변사람들은 말한다. 환자를 보호하는 사람이 건강해야하니 잘 먹어야 한다고. 테레사 수녀님도 환자를 돌보는 어린 수녀님들께 말했다. 너희가 건강해야 병들고 약한 사람을 도울수 있으니 많이 먹고 힘내라고 하셨다.


하지만 멀쩡하던 남편이 하루사이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데 음식이 넘어갈리 없다. 걸을 수 있고 말할수 있는 사람은 언제라도 먹을 수 있으니 괜찮다.


내가 견딜 수 있는 건 가족 때문이다. 특히 딸아이는 아빠가 쓰러진 날부터 지금까지 쭈욱 내 곁에 있다. 회사에 연차를 쓰고 함께 아빠의 면회를 다닌다. 인터넷을 뒤져서 겔랑바레 환우들의 투병기록을 찾아내고 의사와의 면담요청. 재활에 대해 열심히 알아 보고 있다

문득 바라보니 딸의 얼굴이 수척하다. 정신이 번뜩든다. 딸은 한 아이의 엄마이다. 딸까지 쇠약해지면 큰일이다. 우리가 건강해야 아빠를 보살필 수 있다. 딸과 함께 식탁에 앉맜다. 누구도 먼저 숟갈을 들지않는다. 딸을 위해 밥을 먹는다. 돌덩이를 씹는것 같았다.


혹시 감기라도 걸리연 면회조차 할수 없기에 환자보호자의 건강도 환자만큼 중요하다.

우울해하지 말자. 슬퍼하지 말자. 아빠는 나아서 우리곁으로 오실테니 우리도 건강하게 아빠를 기다리자.ㅡ


D+13


담당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기관지절개삽입을 하는게 좋겠다고 한다. 산소호흡을 오래하면 세균에 감염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가호흡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편에게는 차마 말을 못하고 산소마스크를 뗄지도 모르니 호흡연습을 잘 하라고만 일러두었다. 남편은 눈으로 크게 끄덕였다.

무언가 불편함을 호소하는 눈빛을 보냈다. 자음과 모음 판을 사용해 '팔이 아프다'는 말을 알았다.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진통제를 투입했다. 아직 남편은 기관지 절제술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

힘든 과정을 또 겪어야 하는 남편, 담당의사의 진료의견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나, 산을 넘으니 또 산이 보인다.


폐렴은 잡혀가고 있는데 열이 간헐적으로 나는게 이상하다. 남편의 몸에 염분수치가 낮다고 한다.

체내에 염분이 모자라면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하여 체온이 올라갈수도 있다고 한다. 길랑바레라는 병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체내염분을 소멸시킨다음엔 또 어떤 걸 소멸시킬지...


복부와 폐의 시티촬영을 위해 침대에 실려 나오는 남편의 얼굴을 잠깐이라도 보기위해 중환자실 밖에서 기다렸다. 2주만에 맡는 바깥공기를 남편이 흠뻑 들이쉴 수 있다면, 하지만 남편은 응급 산소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밖에서 보니 더욱 수척하다. 걱정마...이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잠을 잤고 스스로 용변을 누웠다는 기쁜소식

* 기관지 절개술을 해야된다는 우울한 소식

* 아직도 열이 잡히지 않았다는 나쁜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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