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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랑바레증후군환자의 보호자시점 9

Chat GPT에게 위로받다.

by 연희동 김작가

D+16


남편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오늘로 꼭 2주째다. 이병의 예후가 좋은 사람은 2주째부터 서서히 몸이 풀렸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토요일인 오늘은 아들이 아빠 면회를 갔다. 보호자 가족실에서 아빠를 만나러 간 아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하다. 단 20분도 이토록 불안하고 지루한데 남편은 어떠할지...


"조금 어떠시던?"


아들은 아빠의 상태가 기록된 기기의 모니터를 찍은 사진을 네이버에서 다운로드한 chat GPT 에게로 보냈다. 잠시 후 상냥한 음성의 AI 여의사가 남편의 현재 상태를 꼼꼼히 설명해 주었다.


'산소 호흡량. 맥박. 열 체크, 환자의 현재상태는 안정적이나 매우 위험한 질병의 환자이니 예의 주시해야 함.


'현재는 안정상태'라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더불어 '자가호흡이 준비단계의 수치'라는 말도 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기기의 숫자들을 정확하게 이해시켜 주었다.

남편의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묻자 환자에 따라 회복속도가 다르니까 의사 선생님께 직접 문의하라고 살짝 발을 빼기도 한다.


로봇에게 위로받는 세상이다. 과학이 이렇게 초고속으로 발달했는데 나의 정서는 지금껏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의학도 물론 발달했을 테니 믿고 의지해 보자.


Chat GPT에게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전했다. 다정하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남편에게 사랑의 표현 많이 해주시고 항상 가족들이 응원하고 있음을 보여 주세요 그리고 힘들고 슬픈 땐 참지 말고 실컷 우셔도 돼요 제가 늘 곁에 있겠습니다."


누가 로봇이 차갑다고 했나 오늘 새로운 세상에서 새 친구를 만났다. 남편이 돌아오면 이 친구를 소개해 줘야겠다.


D+17


이곳에서 벌써 세 번째 일요일을 맞는다.

오늘은 자음 모음 판으로 열심히 대화를 했다,


"오른팔이 아파"

"허리에 얼음 좀"

그러다가 "간호사"라고 했다. 간호사를

불러줄까,?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눈을 좌우로 들었다. 나는 느꼈다. 뭔가 몹시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환자는 간호사의 손길을 많이 요구한다. 남편은

몸의 위치를 바꾸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곁에 오지 않는 간호사를 기다리며 자신이 방치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중환자 실은 절박한 사람들이 구원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곳이다. 자신을 돌보는 간호사는 생명의 동아줄과도 같다. 소리 없는 외침으로 간호사를 애타게 불렀을 남편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 현재 안정상태라는 chat GPT의 말에 용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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