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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랑바래 증후군환자의 보호자시점 8

남편의 눈울

by 연희동 김작가

D+14

무슨 형벌이 저리도 지독할까,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2주째, 의식은 있는데 수족이 마비되어 꼼짝 못 하는 병. 산호호흡기로 숨을 쉬고 콧줄로 영양을 공급받는다. 다행히 폐렴은 치료되고 있으나 아직도 열이 오르락내리락한다.

하루 20분 면회시간에 남편을 만난다. 근육이 사라진 헐렁한 다리를 주무르면서 콧등이 시큰하지만 남편에게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살았으니 다행이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자. 최고의 의료진을 믿고 의지하자.

내가 할 말은 이 말 뿐이다. 자칫 감성적인 말을 했다가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진다. 남편의 눈물을 처음 본다. 안돼 울면 목이 아파서 안돼 울지 마. 아이처럼 금방 말을 듣는 남편, 의지가 강해서 분명 툴툴 털고 일어날 것이다.


이병은 하루하루 좋아지는 병이 아니라 한 달 단위로 바라보는 병이라고 한다. 의사들은 이 병을 재해의 병이라고도 한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 남편의 시간은 얼마나 무섭고 무겁고 지루하고 길까, 미안해 그냥 미안해.... 걷고, 자고, 말하고, 먹는, 그 모든 것이 미안하다


D+15


기관지 절개 수술 동의를 간호사에게 전화로 연락받았다. 담당의사 선생님이 말한 간단한 수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전신마취를 하며 혈관이 터질 수도 있고 세균침투와. 0.3프로에 해당하는 의식불명 등 혹시 발병할지도 모를 부작용에 대하여 하나하나 꼼꼼히 나열하였다. 보호자에게 알려줄 의무사항이기는 하나 듣는 동안 가슴이 미어진다.


남편에게 차마 기관지 절제술을 해야 된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이제 산소호흡기를 떼는 일만 남았으니 최선을 다해보고 의료진이 하는 데로 순응하자고 했다. 순한 눈을 껌벅인다.


5일 후로 수술날짜가 잡혔다. 그 안에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실까, 남편을 통해 무엇을 깨닫게 하시려는 걸까, 제발 남편을 우리에게 보내주세요 ~~~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기도로응윈 해주신다


*남편의 상태는 어제와 비슷하다, 더 나빠지지 않은 것도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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