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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랑발레증후군 환자의 보호자 시점 6

지금 우리는 터널의 어디쯤 욌을까

by 연희동 김작가

D+10

중환자 가족 대기실은 우울의 장소다. 무거운 침묵과 조바심의 눈빛들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는 매일 병상에 있는 할머니를 보러 오신다. 왠지 자녀들이 온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중환자실에 면회는 오후 1 시부터 20분간 진행된다. 먼저 면회 신청을 기록하고 나면 비닐장갑과 마스크. 비닐로 만든 우의를 준다.


할아버지는 늘 두꺼운 겉옷을 입고 오기 때문에 소매폭이 좁은 우의를 입으려면 혼자서 힘들어하신다. 누군가의 도움을 항상 받는다.


오늘은 약주를 한잔 하신 듯하다. 조용하게 기다리던 평소와 달리 주저리주저리 푸념을 한다.


"나보다 젊은 게 왜 거기 누워있어 최*심아 사랑한다 제발 일어나거라"

팔순 노인네의 사랑고백이 가슴 저리게 들린다,


나도 남편도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누워있는 남편의 눈이 애틋하다. 떨치고 일어나서 우리 곁으로 돌아오면 나는 제일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여전히 쑥스러워 못 할걸 알지만...


평소에 함께 골프를 치던 남편 친구 부부가 면회실로 왔다. 즐겁게 운동을 하며 함께 여행을 갔던 일들이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멤버가 빠지면 안 돼요 "


남편이 재활에 성공해서 네 명이서 다시 웃으며 운동할 수 있는 그날이 올 것을 믿는다.



D+11


그새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병원 앞 마로니에 잎은 낙엽이 되어 버석거린다.

남편은 처음보다 호전된 듯 하지만 아직도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다,


산소호흡기로 숨을 쉬고

콧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다

두 팔에는 링거줄이 산만하게 얽혀있고

기저귀아래 두 다리는 앙상하다

남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

"여보 힘내" 일 뿐,

발목 아래로 움직임이 더 좋아졌다

지금은 터널의 어디쯤일까

터널 저 끝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 폐렴은 나아가고 있는데 열이 가끔 오른다.

* 최선을 다해 남편의 다리를 마사지해 주었다

* 손녀의 사진을 보고 잠시 아련한 눈빛과 미소를 보낸 당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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