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양말을 신은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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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다리 뒷 부분에 붙는 파츠를 팁이라고 한다. 앞서 쓴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했듯이 이 작은 파츠가 심미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꽤 크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것은 이 팁이 길게 뻗은, 일명 롱팁안경이다.
세상엔 어쩐지 너무 얇은 안경은 스스로 허락을 못하는 이들이 있다. 뿔테족이 여기에 포함된다. 얼굴에서 안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분들이다. 이 사람들은 보통 뿔테를 많이 쓴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이게 얼굴을 너무 많이 가리나? 하는 순간이 온다.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이 너무 두껍고 답답해보이는 것이다. 롱팁안경은 이때 선택할 수 있는, 자신의 얼굴에 보수적인 분들도 작은 용기만 가지고 바꿀 수 스타일이다.
롱팁안경. 말그대로 귀에 닿는 팁이 길게 뻗은 안경이다. 보통 프론트와 조립되는 경첩까지 쭉 팁이 뻗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7부 바지처럼 조금 오다 마는 롱팁안경들도 있다. 이것이 어떤 아우라를 연출하느냐? 마치 뿔테처럼 보이게 한다. 정말 다리만큼은 거의 뿔테와 같다. 그래서 종종 프론트 아세테이트로 만들고 경첩과 다리를 굳이 롱팁으로 쓰는 안경들도 있다. 그것도 굉장히 편하고 멋이 느껴진다.
이 롱팁안경은 다른 형태의 안경들에 비해서 프론트와 다리의 구분이 명확하다. 그래서 서로의 특징을 더욱 더 잘 표현해 준다. 같은 프론트 형태라도 금속다리가 조립된 모습과 롱팁다리가 조립된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대조적인 이미지가 그려진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마치 착시현상처럼 프론트의 형태가 다르게 느껴진다. 롱팁을 사용한 안경의 프론트형태가 더 도드라진다.
어크루 사에서 출시된 지바고 모델은 이른바 7부 롱팁의 구조다. 다리 앞쪽의 금속부분부터 엔드피스를 거쳐 프론트까지 시-원한 곡선으로 연결되는데 굉장히 선이 이쁘다. 롱팁, 그것도 중간에서 끊긴 딱 저 정도의 길이가 그 유려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크루 안경 중에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인다.
아이반7285에서 출시한 335 모델은 프론트의 끝에 달린 저 메탈 엔드피스가 포인트인 모델이다. 다른 소재인 금속으로 포인트를 주면서 얼굴에 피팅이 잘되게끔 하는 아주 멋진 구조다. 롱팁을 사용함으로써 프론트 양 끝의 엔드피스와 다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이건 TMI인데, 335 저 모델의 시리즈들은 안에 심는 메탈코어가 티타늄이다. 아주 놀랍도록 말랑말랑하다. 그냥 티타늄 다리안경을 착용한 것처럼 느낌이 독특하다.
안경제작자의 입장에서 롱팁이란 것은 굉장히 재미난 요소다. 내가 느끼는 롱팁의 특징은 다른 부속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롱팁이 시작하는 부분인 엔드피스나 경첩을 돋보이게 해주기도 하고, 다리 끝에 새겨진 디테일들을 더 엣지있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만들 안경에는 엔드피스에 디자인된 패턴이 새겨진다. 바로 여기다. 롱팁을 써야될 곳이다.
자 그럼 이제 롱팁안경을 만들어보자.
정성택
이 글의 안경 사진은 아이웨어편집샵 핫선글라스의 상세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