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야 Oct 07. 2022

마을공동체 사업과 모두의 마을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를 읽고

 모두는 ‘우리’다. 작은 정의지만 소득수준, 취미 등 다양한 우리 모두를 뜻한다. 어느 존재도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사회는 마을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마을'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불린다. 주민들이 자치와 자급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생활세계와 삶터, 일터 그리고 놀터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정서적, 물리적, 역사적으로 중첩되는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동일하게 느끼는 소속감이 공동체를 만든다. '마을공동체'는 관계를 중심으로 한 단위의 가치다.      



 마을공동체 사업. 조금만 지역구 사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공공기관, 심지어 영리기업에서까지 마을공동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참 동안 블루오션처럼 소비되기도 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 정책에 영향을 받아 기획된 프로젝트라면 재정이 대부분 외부 자원으로 채워진다. 마을에서는 자급자족을 목표로 삼지만 자급자족을 위한 프로젝트는 오롯이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 그로 인해 마을은 자체적인 힘을 갖지 못한다.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곧 자원 활용을 할 수 있는 권력이 되어버린다. 구성원들의 대립의 주 이유가 된다. 마을공동체 활성화 정책에서의 재정지원에는 분명한 선정과 평가가 존재한다. 마을들은 지원 기준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된다. 기준에 따라 지원이 차별적으로 하다 보니 마을은 최대한의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프로젝트의 중심이 마을이 아니라 지원 기관이 된 것이다. 자본이 마을을 상품으로 전락시킨다. 외부로부터 자원이 들어오면 자원을 관리하는 사람에 의해 주민들끼리의 파벌이 만들어진다. 마을 내 자원을 나눠 쓰거나 함께 쓰는 방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허락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는 로비나 압력으로 지원을 연장시키려는 노력도 한다. 영리기업은 해당 마을에 사업체가 있지 않다면 돈을 이용해 공동체를 억압하기도 한다. 


 예로 아동지원센터가 마을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작은 영화제를 열게 되더라도, 영화 종류 선정에 그 마을 노인세대의 정치색을 걱정한다.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괜한 말'이 생길까 걱정하는 것이다. 지원기관에 결과를 공유할 때도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 돈을 꾸준히 받기 위해서는 미리 설정된 제도에 맞춰 획일화된 방식을 택해 안전함을 추구하게 된다. 외부 특히나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는 마을은 국가 제도의 변화에도 민감해야 한다. 어느 시스템에서 작동하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격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오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마을은 쉽게 국가의 관리 도구로 전락한다.




 ‘공공성’이란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로 정의된다. 공동체에서 쓰일 때는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의사결정 과정, 공론장에서 합의된 가치를 함께 수행하는 것, 기본 서비스를 평등하게 모든 대상에게 제공하는 것 등도 의미에 포함될 것이다. 공공성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소비되어야 한다. 


 현재 마을공동체의 자체적인 힘 중 많은 부분이 사람이 아닌 사업에서 나온다. 체제가 주민들을 사업(서비스)의 제공자와 수혜자로 나눠 대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에 의해 만들어진 ‘공공성’은 오히려 공동체적 감수성을 없앤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써가며 마을공동체 사업을 한다는 생각에 보상심리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다. 욕망은 엉켜 공동체를 해체하게 만든다. 이런 모습을 숨기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으로 인정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공공성에 대한 교육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국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마을은 공동체라고 불리더라도 누군가의 허락 없이는 그 안에서 생활하지 못한다. 특히 광장 같은 공간을 사용하거나 단체행동을 할 때 더 그렇다. 모든 권한을 (국가)권력이 가지고 있다는 것에 익숙해진 채로 마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체제에 맞춰 마을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자신들의 생활세계로 적응시켜 도입해야 한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2기 마을만들기 기본계획 목표는 ‘마을공동체의 성장과 생활자치의 활성화’였다. 마을만들기 계획은 마을 내 갈등을 조절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표준화한 마을 모델은 실제 살고 있는 주민들을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권력)은 마을 내 원활한 소통, 교류, 완충의 역할로 존재해야 한다. 서로 불편한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형태를 만들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마을 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으로 논의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주도하여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공론장에서는 제도를 포함한 모든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주민들이 직접 행정을 감시할 수 있다. 주민들의 생활세계가 단단하지 않으면 쉽게 체제의 하위 구조가 된다. 권력에 의존할수록 프로젝트는 오류가 많아진다.


 마을에 직접 살아가는 주민들이 위원회를 만듦으로써 주 정치세력과 정책에 따라 프로젝트가 바뀌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지역신문과 연계하여 마을 내에서 실질적인 담론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이 곧 공론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여론과는 다른 힘으로 작동할 수 있고 언제든지 변질된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 안에서 생활자치가 이루어지려면 가장 먼저 생산과 소비가 마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좋다. 삶터와 일터가 만나는 접점을 늘려가기 수월하다.


 어느 공동체든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치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구성원들과 다툼, 타협을 이어가며 활동해야 한다. 공동체가 이상을 강조하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고, 소속감을 강조하면 배척되는 사람을 만들기 마련이다. 마을의 활동이 구체화되면서 내부의 관계는 돈독해지나 점점 외부로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 사회에 대한 감각에 예민해져야 하고 필요에 의해서는 마을끼리의 연대도 필수적이다. 권력에 대해 투쟁과 저항하는 것 또한 마을의 역할이다.

작가의 이전글 공동체의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학교폭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