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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의 정원 May 29. 2021

사과 씨앗을 심으면 과연 싹이 날까?

베란다 텃밭 씨앗 관찰 프로젝트


2020.2.14.


“얘들아, 우리 사과 씨앗 심어볼까?”

“네! 네!”


아이들과 함께 사과를 먹다가 온전히 남아있는 씨앗 세 개를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몇 년간 텃밭을 일군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라이제 웬만한 작물들에는 심드렁한 편인데 마트에서 사 먹던 과일에서 나온 씨앗을 심자는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다가옵니다.



사과 씨앗을 심으면 과연 싹이 날까?

텃밭에서도 씨앗을 심어 키우는 작물들이 많아 씨앗을 심는다는 것이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과일을 먹다가 직접 채종한 씨앗을 심는 것은 저도 처음이라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연 싹이 날까요?

사과 씨앗 세 알을 컵에 넣고 물을 조금 부은 뒤 매일 변화를 관찰해 보았습니다.






2020.2.21. “얘들아!!! 사과 씨앗 싹 나왔어!!”

 사과 씨앗을 물에 담아놓은지 일주일 가량 지났을 때 설거지를 하다 문득 싱크대 위에 놓아둔 사과 씨앗을 확인해보니 하얀 뿌리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지켜보던 씨앗에 뿌리가 나오다니 이이들도 저도 잔뜩 신이 났답니다. 뿌리를 내민 씨앗은 이제 흙으로 옮겨 심어줘야 합니다. 집에 있던 스티로폼 상자 화분에 상토를 채우고 싹이 트기 시작한 씨앗 세 개를 심었습니다. 중요한 의식을 치르듯, 행여나 다칠세라 갓난아기 다루듯 조심하는 아이들의 손길이 정말이지 사랑스럽습니다.

 

물에 담아둔지 일주일 뒤, 뿌리가 쏙 나왔다. .
통통하게 물이 올라 뿌리가 나오기 직전의 사과 씨앗
사과 씨앗을 흙에 심는 중


2020.2.26.


 씨앗을 흙에 심고 6일 뒤, 머리 위에 흙을 쓰고 새싹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정말 엄청난 힘입니다. 씨앗의 딱딱한 겉껍질을 찢고 나온 뿌리는 땅 속으로 파고들어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고 이렇게 흙 위로 싹을 밀어 올립니다. 씨앗을 심고 가꾸는 과정 중에 이때가 가장 흥분되는 순간입니다. 마치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자라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의 느낌이랄까요? 그동안은 모종이나 씨앗을 구입해서 심었었는데 늘 버려지던 씨앗에서 싹이 터 자라나다니 새삼 신기했습니다. 이때부터였습니다. 주방에서 나오는 모든 씨앗을 심기 시작한 것이.


머리에 흙을 쓴 채 올라오는 사과 떡잎



2020.2.29.

 흙에 씨앗을 심고 9일째 되던 날, 떡잎이 벌어지며 본잎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뒤편에 두 번째 씨앗도 싹이 트고 있었습니다. 세 개 중에 두 개 성공입니다.

흙 속에서 올라오는 사과 새싹



2020.3.1.

 씨앗을 심은지 열흘째 되는 날, 본잎이 조금 더 자라 얼굴을 쏙 내밉니다. 새싹은 아주 연한 연둣빛입니다. 식물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그 색이 계절마다 바뀜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봄 꽃보다 저를 더 설레게 하는 건 새로이 돋아나는 새싹들입니다. 새싹의 그 연한 연둣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간지러워지곤 합니다. 새로 나오는 나뭇잎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아기 사과나무의 빛깔은 무척 고왔습니다.

연한 녹색의 어린 사과나무 잎



2020.3.5.

 흙에 심은지 14일째, 이제 사과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중입니다. 작은 나무는 씨앗 껍질이 벗겨지지 않아 떡잎을 헤치고 본잎이 나왔습니다. 같은 배에서 나온 씨앗 두 개가 정말 다른 모습으로 자라납니다.

 

 두 씨앗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제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정말 서로 다른 매력이 있는 아이들이지요.


첫 아이는 굉장히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매력이 있습니다. 어떠한 정형화된 틀에 집어넣기 어려운 아이이지요.  자신만의 생각과 주관이 뚜렷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 아빠 말을 잘 안 듣기도 합니다.


둘째 아이는 규칙을 잘 지키고 엄마 아빠 말을 잘 듣습니다. 얼마 전 유치원에 입학했는데, 아주 모범생이라며 선생님 칭찬이 자자하십니다. 그 칭찬을 들으면서 '너무 말 잘 듣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닌데......'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두 아이를 잘 버무려서 반으로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둘은 다른 성격입니다.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비가 오는 날엔 우산장수 아들을 생각하며 기뻐하고 맑은 날엔 소금장수 아들을 생각하며 기뻐했던 것처럼, 저도 두 아이의 장점을 더 깊이 헤아리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더해집니다.  


벌어지지 않은 떡잎을 헤치고 나온 본잎



2020.3.10.

씨앗을 심은지 19일째, 며칠 새 사과나무들이 폭풍 성장했습니다. 특히 뒤늦게 싹이 튼 녀석이 많이 자라 얼핏 보면 비슷한 크기로 보입니다.  


사과나무 두 형제



2020.3.31.


 씨앗을 심은지 40일째, 이제 사과나무의 상장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변화했는데, 며칠째 같은 모습으로 색만 조금씩 짙어집니다. 안타깝게도 작은 나무는 말라버리고 처음 싹을 틔운 녀석만 살아있습니다.


 아이들과 저는 약 40일가량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사과나무를 관찰했습니다. 아이들은 하루에 몇 번씩 거실 창가로 달려가 사과나무의 안부를 확인하곤 했습니다. 잎이 하나 생겨날 때마다 환호했고 작은 나무가 말라가기 시작할 땐 한없이 안타까워했답니다.


“사과나무에 물 줄 때 된 것 같은데?” 슬쩍 말을 건네면 분무기에 물을 가득 채워 사과나무에 뿌려주며 “잘 자라라.”속삭입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사과나무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리 예뻐 보일 수 없었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심어 보세요!!
사과 씨앗 심는 방법


1. 사과를 먹고 씨앗을 모아 물에 한번 헹굽니다. 씨앗에 과육이 묻어있으면 발아과정에서 곰팡이가 생기기 쉽답니다.

2. 젖은 키친타월에 씨앗을 놓고 어두운 곳에 둡니다.

3. 3-4일 뒤면 씨앗이 벌어지며 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 화분으로 옮겨 심어줍니다.

4. 물이 잘 빠지는 화분에 원예용 상토를 담고 1cm가량 깊이로 씨앗을 심어줍니다. 이때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원예용 상토를 사용하면 벌레가 잘 생기지 않고 작물이 자라기 더 용이합니다.

5. 햇빛이 잘 드는 곳에 화분을 두고, 겉 흙이 마르면 물을 흠뻑 주며 관리해 줍니다.


* 씨앗을 바로 흙에 심어줘도 잘 자라요!  발아과정이 번거롭다면 흙에 바로 심어도 됩니다. 다만 씨앗이 벌어지고 뿌리가 나오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으니, 아이들이 함께 한다면 발아 과정을 관찰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사과나무와 함께 자라는 아이



*농촌진흥청 블로그에 베란다텃밭 씨앗관찰프로젝트로 발행한 기사입니다!


https://m.blog.naver.com/rda2448/22228058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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