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별일 없으면 이번 주에 만날까?"
"그럴까? 근데 나 금요일까지 교육 있어서, 금요일 오후에 끝날 거야!"
"교육 어디로 가?"
"오산"
"그럼, 내가 시간 맞춰 데리러 갈게! 여기서 가까워!"
일찌감치 주말의 약속이 정해졌다.
금요일 오후에 K는 내가 있는 곳으로 와주겠다고 했다.
'네가 네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할 거야!'라고 했던 어린 왕자 속 여우의 말처럼, 약속을 정한 뒤부터 줄곧 설렘으로 마음이 일렁였다.
교육을 마치고 나와 K의 차를 찾았다.
흰색 자가용이 눈에 들어오고, 쪼르르 달려가 조수석에 올랐다.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왔어?"
"응, 고마워 여기까지 데리러 와줘서!"
"아니야, 별로 멀지도 않았는데 뭐. 우리, 올라가는 길에 서울대공원 가볼까?"
"그래, 좋아!"
비 오는 금요일 오후, K의 차를 타고 서울대공원으로 가는 길이 좋았다.
서울에 도착하니, 그곳도 역시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우산을 꺼내 들었다.
K도 나도 아주 커다란 우산이었다.
둘이 써도 넉넉할만한 파라솔 같은 우산이었는데도, 우리는 쭈뼛쭈뼛 각자의 우산을 펼치고 걷기 시작했다.
커다란 우산 덕분에 우리 사이에는 큰 공간이 생겼고, 그 자리에는 참을 수 없는 어색함과 불편함이 채워졌다.
'우산 하나로 같이 쓰자!'는 그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비가 안 왔다면 좀 더 가까이서 걸었을 텐데, 우리는 커다란 우산을 사이에 두고 멀찍이서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 사심 없는 친구사이였다면, 혹은 소개팅으로 만나 썸을 타는 사이였다면 우산 하나를 둘이 나눠 쓰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10년을 친구로 지내다 이제 막 우정과 사랑 사이의 다리를 건너가려는 우리에게는, 우산 하나 같이 쓰는 것이 그리도 어려웠다.
'날도 추운데, 저 우산 아래서 K의 손을 잡고,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싶다!'
그 어색함 속에서 어렴풋이, 이미 나는 우정을 떠나 사랑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훗날, 우리가 연인이 되었을 때, 종종 그날을 떠올리며 웃곤 했다.
"우리 그때 너무 웃기지 않았어? 친구 사이에 누가 서울대공원을 단 둘이 가고, 또 거기서 왜 우산을 따로 쓰고 난리야. 으이그."
"하하. 그치. 생각만 해도 너무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