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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과 Jun 30. 2022

tranquil, 당신의 틀이 궁금합니다.

하루를 빼곡히 살았는데 어딘가 심심하다면, 근데 그 날이 오늘이라면. 나는 무얼할까 생각하다가 심심하니까 글을 써야지 했다. 그런데 글도 심심하면 어쩌지? 그러다가도 이 글이 누군가를 위한다면 가장 먼저 나를 위한 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서... 닫으려던 페이지를 붙잡아 다시 글을 쓴다. 


규칙적이고 일정한 것을 좋아한다. 정해진 틀 안에 있을 때의 안정감과 평온이 너무 맛있어서, 그런데 어쩐지 그림에서는 그러면 안 되었다.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리고 나니 내 그림은 정말 그 경계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마구 그릴 수록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게 있는 듯했다. 중요한 건 내가 말하려고 하는게 없어도 보이기에 그래보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보고 뭔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 하고 속는 다는 것이다. 어쩐지 입 열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tranquil. 조용한, 평온한.


나는 그럼에도 틀에 갖혔을 때의 안정감이 좋다. 그래서 나의 팔에 tranquil을 새겼다. 그러면 나는 단어에 알맞은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클럽에 갔다. 혼자 안정감이 있어도 주변이 그렇지 못하면 나도 흔들리는 것이었다. 클럽에서 생각했다. 명상이 마렵다고.


요가를 하면 가장 좋은 점은 심신단련보다 선생님의 말이 맛있기 때문이다. 나무 자세를 하면서 선생님은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찾아봐요." 라고 맛깔난 표현을 내뱉고, "매트 위에서 누구도 아닌 나를 바라봅니다." 하면서 마치 네모난 곳이 내 세상의 전부라는 듯 말씀하신다. 그런 선생님의 표현을 들으려고 요가를 하러 갔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 얘기를 듣는 대신 어쩔 수 없이 요가를 해야 했다. 그렇게 밥을 먹으려고 듣 숟가락에 얘기라는 밥에 요가라는 반찬을 얹어서 수련을 하다보니, 반찬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격이 되었다. 어느 순간 선생님의 말은 오래 반복되어 늘어져버린 테이프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고, 요가는 수업의 종류만큼 다양한 플로우로 변형되어 숟가락 위에 올라왔다. 그리고 올라온 숟가락이 반찬뿐인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먹다보니 이제는 밥이 없어도 반찬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 때 알았다. 요가는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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