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해 인사로 전 직장 팀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퇴사한 이유는 아래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eunmulook/1
짧은 시간 있었기에 크게 속내를 터놓고 지낸 팀원은 아니었지만, 같이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 있어 업무 접점이 많았던 팀원이었어요.
저는 사실, 이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지도 않았고 각별한 추억이 있었던 곳은 아니라 퇴사 이후 동료들과의 연락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새해 인사 톡이 와서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전 직장의 현재 상황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곳은 지금 재정 상태가 악화되었고, 팀원도 곧 퇴사를 앞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팀원을 비롯해 팀장님, 다른 팀원들도 퇴사할 예정이라고.
그래도 마음 담아 소중히 일했던 공간이었는데 안타까우면서도 인사팀의 앞날이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어쩐지 뭔가 찜찜하긴 했습니다.
며칠 전 남자친구가 회사에서 채용사이트를 만들 일이 있다고 하여 굉장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 전 직장 채용사이트를 참고하라고 링크를 보내주었는데, 원래는 10개가 넘는 포지션의 모집공고가 항상 올라와있던 사이트에 진행 중인 공고가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이제 막 로켓에 올라탄 스타트업이었고 제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채용이 너무 많아 어시스턴트까지 써야 할 것 같다던 기업이었는데, 잠잠한 채용 소식에 조금은 의아했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회사 재정적인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 채용을 중단했다고 하네요.
최근 스타트업 시장에 찬 바람이 분다는 소식은 작년 여름부터 접했는데, 제가 근무했던 회사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회사는 괜찮다'라는 믿음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퇴사하기 직전에 예산을 줄이는 분위기 더니 임직원을 위해 제공했던 무료 간식들을 줄이더라고요.
여러 복지들을 앞세워 ‘우리는 이런 직원 복지를 제공한다.’라며 대대적으로 회사 홍보를 했고, 저도 홍보 글에 혹해 입사했지만 실상은 회사가 어려우니 직원 복지부터 차근차근 줄이는 상황인 것이겠죠.
많은 스타트업들이 획기적인 직원 복지를 내세워 기업 홍보를 하곤 합니다. 저도 그런 부분에 끌려 스타트업에 입사한 이유도 있고요.
제가 근무했던 스타트업도 실제로 복지가 뛰어난 편이었어요.
보면서 ‘이렇게 운영하다 돈이 남나?’ 싶을 정도였지만 직원들의 애사심과 기업 홍보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부분들이었을까요. (근데 그런 복지가 있어도 퇴사할 사람들은 다 퇴사하는..)
하지만 지금에 와보니, 너무 기업의 이상적인 부분만 보여주는 복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전직장에서는 기본적인 복지조차도 없었는데요. 그래서 '직원 복지를 꼭 우선순위에 두고 이직해야지'했는데, 이번 소식을 듣고 나니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사실상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없애는 것은 복지 부분이니, 그래서 인사팀에서 더 많은 퇴사율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인사팀은 돈을 벌어들이는 부서가 아니라, 돈을 쓰는 부서이니까요.
인사팀에서는 활발한 채용을 할 수도 없을 거고 더 많은 직원 복지를 운영할 수 없을 것이며, 신규입사자가 없으니 온보딩도 할 일이 없어지고 특히나 스타트업에서 많이 하는 사내 행사들은 기획할 일이 줄겠죠.
저도 보이는 부분만 보고 입사한 것이었지만, 지내다 보니 실상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것처럼 기업의 유지에는 내실이 참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보여주기에 급급한, 다른 기업도 하니까 일단 하고 보는 복지 말고 진짜로 우리 회사 구성원들에게 필요하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재직중일 때 읽었던 [비즈니스 파트너 HR 애널리틱스]라는 책에서 나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에게 HR Analytics는 한마디로 'Improve People's Life(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에게 더 잘 매칭된 일자리, 즉 그들의 관심과 역량에 적합한 포지션으로 배치하면 그들은 더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그건 각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 닐슨 HR Analytics팀 피유쉬 마투르
결국 인사팀은 인사팀원들을 비롯한 내부 직원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HR로 진로를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누군가 좀 더 행복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사 업무를 하는 모든 시간, 저 스스로 조차도 저의 삶에 긍정적인 Working Life를 만들지 못했던 것 같네요.
인사팀에서는 Improve People's Life를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현재 준비 중인 필라테스 지도자의 삶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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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업계가 많이 어렵다는 상황이 크게 와닿습니다. 아무쪼록, 팀원은 능력도 좋고 일도 잘하던 분이라 이직이 성공적이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