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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두달만에 결혼한 여자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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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LALA쌤 Nov 15. 2024

비혼주의자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

무너진 것을 바로 세울 때

이상하게도 어른들은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하면서 막상 결혼에 대한 좋은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다. 평소에 남편욕, 아내욕을 밥 먹듯이 하다가도 비혼을 결심하는 사람을 보면 눈이 뒤집혀 훈수를 둔다. 혼자 늙어서 뭐 할 거냐, 지금이야 좋지 나중엔 외롭다며 이런저런 설교를 늘어놓는다.

그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너도 한 번 당해보라는 뜻은 설마 아니겠고. 본인이 선택한 삶이 그래도 주류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것일까. 결혼을 한 지금도 나는 그런 사람들의 속내를 도무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의 2030 세대가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부모 세대의 결혼 생활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그 아래에서 자란 자신도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에서 이러한 이유로 비혼을 결심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나도 원가정이 마냥 행복했던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있어 결혼은 잘한 선택이다.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율성“이다.

뜬금없이 자율성이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 자율성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다. 나 역시 비혼을 결심한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원가정과의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았다. 부모님은 내게 있어 언제나 가장 큰 인생의 스트레스였기에 도망치고 싶은 존재 1순위였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자녀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가 어릴 때부터 꿈꿔 왔던 유일한 한 가지는 내가 선택해서 꾸린 가정이었다. 무엇하나 선택할 수 없고 휘둘리기만 했던 시절에서 벗어나 나만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나는 수많은 고생 끝에 겨우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갈고닦아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불안정한 애착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 치료도 수없이 받았으며 공부도 많이 했다. 물론 실전에서 실패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좋은 가정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도망치지 않았고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혼자 독립하는 것이야 말로 자율성이 제일 보장된 일이 아니냐고 할 것이다. 굳이 결혼을 해야 독립이냐고.

하지만 나는 무너진 무언가가 있다면, 다시 나의 방식대로 새로 세워야지만 회복이 된다고 생각한다.

신혼여행

내가 무너져 내린 부분 중 하나가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교사가 되어 내가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들에게 듬뿍 줌으로써 그 시절의 나를 회복했다. 그 시절의 사랑받지 못했던 나를 보듬듯 아이들을 보듬어 주다 보면 나도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참 신기하다. 내가 사랑받기 위해 부모님과 사람들에게 집착했을 때는 그렇게 공허하더니, 오히려 내어주니 채워졌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내 가정을 꾸려 지극정성을 다하며 상처받은 원가정을 회복하고 있다. 단순히 남편의 사랑에 의지하는 게 아니다. 서로를 아껴주고, 좋은 말을 주고받으며 이상적인 부부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내 노력을 알고 함께 노력하는 남편을 만나 참 다행인 부분도 크다.

이 글을 보는 사람 중 혹시 결혼하지 않고자 하는 이유가 원가정에 대한 불신과 상처라면, 그것을 회복할 권리도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무작정 결혼하라는 뜻이 아니라, 상처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다. 원가정은 부모님의 것이다. 내가 고쳐 보려 해도 결국 가정의 중심은 부모님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미미하다. 어찌할 수 없는 과거와 원가정에 매달려 상처받지 말고 나만의 것을 새로 세워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혹시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가정을 꾸리는 것도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내 손으로 내 가정을 세우는 일은 원가정에서 받은 상처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만 외롭다는 마음,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새 가정을 꾸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가정을 꾸리는 데에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 상처도 잘 다스려야 하고, 원가정에서의 잘못된 관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해야 한다. 물론 난관도 많고 혼자 사는 것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주제넘게 결혼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픈 가정에서 자란 사람도 결혼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지나간 상처에서 벗어나 새 삶을 꾸리는 일이 가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왕 좋은 사람 만나면 더 좋은 거고. 더불어 사는 삶이니까.

+덧 : 결혼해서 좋다고 하면 몇 년만 더 살아봐라 애 낳아봐라 쓴소리를 하는 분들이 많다. 난 그들에게 적당히 장단 맞춰 주는 편이다. 지금 행복하면 장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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