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LA쌤 Nov 13. 2024

입덧은 힘들지만 남편이 있다면

다 괜찮아요.

(지난 이야기)

유산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어하는 그녀. 이제 지옥의 입덧이 시작됐다.


왜 임신 전에는 임신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던 걸까. 학창 시절에 배웠던 성교육으로 알게 된 것은 그저 정자와 난자의 수정과 세포분열뿐.. 임산부가 어떤 고통을 거쳐 아기를 낳게 되는지는 하나도 아는 게 없다. 미디어로 본 구역질하는 임산부 정도 밖에는.


임신 초기에는 심한 복통과 하지 불안으로 잠을 못 잤다면, 이제는 입덧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 유독 새벽이 되면 더 울렁거리는 것 같다. 물론 낮에도 아침에도 울렁거리는 것은 똑같지만 잠을 잘 수 없으니 더 힘들게 느껴진다.


입덧은 하루종일 툭 건드리면 토할 것 같은 역한 느낌이다. 음식 냄새를 맡는 게 고통스러워서 주방 근처에도 갈 수 없다. 밖에 나갈 수도 없다. 밖에 나가면 바람을 타고 흘러 오는 온갖 음식 냄새가 나를 미치게 하기 때문이다.


음식 사진을 보는 것조차 힘들다. 특히 비빔밥처럼 여러 음식이 한 데 섞여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 오늘 먹은 것을 다 게워낼 수 있을 것 같다. 음식 만드는 영상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젠 기름에 뭘 볶는 것만 봐도 힘들다.


그래서 내가 먹을 수 있었던 것들은 아무 간을 하지 않은 찹쌀죽, 누룽지, 참 크래커 정도였다. 그마저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빈 속이면 더 울렁거리니까 억지로 먹었다.


심할 때는 뭘 해도 나아지질 않아서 조용히 앉아서 눈물만 뚝뚝 흘렸다. 누가 날 망치로 때려서 기절시켜주면 얼마나 좋을까 수없이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어서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던 시간들이었다.


이런 나를 옆에서 지켜봤던 남편도 역시 힘들어했다. 남편은 어떻게든 나를 먹이고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자기도 직장 다니느라 바쁘고 힘들면서 집에 오면 모든 집안일을 다 해놓고, 내가 먹을 삼시 세 끼까지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까지 내게 정성이진 않으셨는데 내 남편은 거의 나를 키우다시피 했다.


남편은 요리로 사랑을 표현한다. 오늘은 나에게 무엇을 먹일지 고민하는 것으로 그의 하루가 시작되고, 밤이면 내일 뭘 먹일까 레시피를 찾아보는 것으로 그의 하루가 끝난다. 내가 스쳐 지나가듯 먹고 싶다고 말했던 음식도 다 기억해서 며칠 내로 뚝딱 만들어 준다. 남편의 음식에는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담겨있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뭘까.


입덧은 힘들지만 남편 덕분에 견딜만하다. 남편이 발굴해 낸 입덧 특효 음식들 덕분에 영양 손실 없이 아기도 나도 건강하게 잘 지내는 중이다. 남편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힘들고 우울하다가도 금방 괜찮아지는 것 같다.


앞으로 남편과 함께 꾸려갈 나의 가정이 더욱더 기대가 된다. 내 꿈은 언제나 나만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는데, 좋은 남편을 만난 덕에 하루하루 그 꿈에 더 가까워져 가는 것 같다. 사실 지금도 꿈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세상의 모든 부부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다음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덧 : 남편의 최고 입덧 특효 음식은 매운 경상도식 소고기 뭇국이다. 얼큰한 게 잠시라도 입덧을 내려가게 해주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