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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님, 신부님 나오십니다!"
커튼이 확 젖혀졌다. 남편이 나를 보며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어떠세요, 신랑님?"
남편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내 생각대로 이 디자인은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직원들이 잠시 나가자 남편이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나는 어깨 드러나는 게 예쁜지 모르겠어."
"내 어깨가 오프숄더랑 안 어울리나? 살을 더 뺐어야 했나..?"
"그런 뜻이 아니야. 옷이 너무 파인 디자인이 여보 이미지랑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어깨 드러난 디자인을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남편 지인들은 드레스투어를 간다는 남편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무조건 예쁘다고 칭찬하라는 당부였다. 박수, 환호성, 눈물 등 할 수 있는 모든 리액션을 하라고 했다나. 하지만 태어나길 MBTI 오리지널 T인 남편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그런 가식들은 도저히 떨래야 떨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게. 내 생각에도 그래."
나는 남편의 말에 수긍했다. 어떤 사람들은 솔직하고 논리적인 남편의 말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다행히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나 또한 남편만큼은 아니지만 T에 가까운 사람으로서 돌려서 좋은 말 해주는 것보다 확실하게 짚어서 말해주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의 눈은 꽤 정확하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었다.
과연 남편의 안목은 탁월했다. 그 뒤로 입은 어깨를 드러낸 어떤 디자인도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여러 샵을 돌면서 입어 보아도 어깨만 드러나면 사람이 뭔가 우람해 보였다. 나는 간혹 다이어트를 더했다면, 운동했다면 달라졌을까 후회하고는 했지만 남편은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그냥 사람마다 어울리는 게 다르다고 했다.
"와, 예쁘다. 잘 어울려."
내가 실크 소재에 리본을 두른듯한 드레스를 입고 나오자 남편이 진심 100%의 칭찬을 했다. 남들이 듣기에는 조금 무미건조한 리액션일 수 있으나, 내겐 그게 그의 최대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곧이어 내가 목까지 올라오는 아주 화려한 비즈 반팔 드레스를 입고 나오자 남편이 폭풍 칭찬을 시작했다.
"이것도 예쁘다. 다 잘 어울리는데? 본식 때 딱 눈에 뜨일 것 같아. 비즈 퀄리티가 좋다."
나는 이 드레스가 꽤 마음에 들었다. 팔뚝살을 잘 가려줄 뿐만 아니라 약간 불균형한 내 어깨도 가려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다이어트의 압박이 적다는 점이었다. 나는 속으로 '아, 이렇게 다 가려주는 드레스라면 살 뺀다고 용쓰지 않아도 되겠다! 다 가려주네 이거!'라고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자, 그럼 이제 스튜디오 촬영을 해볼까?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