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장치 외에 각색은 거의 없습니다 :)
두 달 만에 남편과의 결혼을 결정한 이유는 많고도 다양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확실하게 채간 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그의 요리 실력이었다.
만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그가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사실 남편이 먼저 나를 초대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유도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이렇다.
"오빠 나 만나기 전에는 저녁 어떻게 먹었어?"
우리는 그 당시 매일 만나 저녁을 함께 먹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 사람은 날 만나기 전에는 끼니를 어떻게 때웠나 궁금해졌다.
"음, 보통 내가 직접 해 먹어."
"오, 요리 잘해?"
"잘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먹을 만큼 하는 거지 뭐."
"어떤 요리?"
나는 요즘 요리에 관심 있는 남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 아빠 역시 요리를 잘했기 때문에 그가 요리를 한다는 것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우리 집은 아빠가 엄마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엄마보다 요리 솜씨가 좋은 우리 아빠는 갈비찜, 꽃게탕, 연포탕, 닭백숙 등등 스케일이 꽤 큰 한식들도 척척해내고는 했다. 아빠의 요리는 언제나 맛있었다. 엄마 관절 생각한다고 닭발을 미친 듯이 삶을 때는 싫었지만 말이다.
"음, 경상도식 소고기 뭇국, 계란말이, 제육볶음, 보쌈 등등..? 최근에 집들이 왔던 00이네 커플한테 해줬었어."
"와, 잘하네! 한식 만들기 어려운데."
"애들이 나한테 0 마카세례. 내 이름 뒤에 글자 따서 0 마카세라나? 주문하면 뭐든 만든다고 오마카세래."
"오오, 그럼 나한테도 요리해 줄 거야?"
"그럼, 당연하지. 말만 해라."
"초대해 줘!"
내가 집에 초대해 달라고 대뜸 말하자 남편이 당황했다. 남편은 머릿속으로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집에 초대하는 게 맞는지 가늠해 보는 것 같았다. 그는 표정이 상당히 어색했지만 가까스로 웃으며 내게 답했다.
"그럼, 당연하지."
"언제?"
나는 허투루 약속을 잡는 사람이 아니다. 만나기로 했으면 무조건 날짜, 장소, 시간부터 잡는 사람이다. 나에게 있어 언제 한 번 보자 -라는 한국인의 인사치레 같은 말이 아니다.
"어... 어, 언제가 좋은데?"
"음, 내일?"
남편이 흠칫 놀라더니 말했다.
"엇, 내일? 큰일이네. 얼른 장 봐야겠다."
남편은 핸드폰을 켜서 쿠팡 장바구니를 서둘러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허겁지겁 장을 보는 사이 망상을 시작했다. 그의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의 성격처럼 정갈하고 차분할까? 음식 맛은 어떨까? 같이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
아차..?
나는 갑자기 몇 달 안 되어 남자친구의 집에 놀러 가겠다고 말한 나 자신에 대해 고찰을 시작했다. 나는 밥 먹으러 가겠다는 의도 밖에 없었는데 오해하면 어떡하지? 에이, 애도 아니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뭐... 그렇게 생각하면 어때.
'오히려 좋아.'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뭐 어때, 그 집이 신혼집이 될 수도 있는데! 미리 가보는 거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다.
(다음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