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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뭐 어때, 그 집이 신혼집이 될 수도 있는데! 미리 가보는 거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다. 나는 분주하게 집들이를 준비를 했다. 일단 빈 손으로 가면 안 되니 급하게 마켓컬리로 집들이 선물을 주문했다. 다양한 색깔의 휴지 세트를 할까 하다가 비싼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구입했다. 패키지가 조금 더 예뻤고 왠지 휴지는 집에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만 사기 아쉬우니 옷장에 걸어둘 수 있는 왁스 태블릿 방향제도 구입했다. 여름철이라 옷장에서 꿉꿉한 냄새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 당일 아침에 배송받고 나니까 아차 싶었다. 이거 너무 내 취향이잖아? 옷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선물이지 그에게 어울리는 선물은 아닌데... 나는 하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박스를 현관 한편에 밀어 넣었다.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남았다. 바로 꾸안꾸 룩 완성하기. 불편하고 과하게 입으면 편하게 놀 수 없다. 나는 화장도 아주 옅게 하고 옷도 편하게 입었다. 하지만 머리 세팅만은 공들여서 했다. 촉촉한 입술과 자연스러운 홍조를 추가할 크림 블러셔도 포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향수도 머리카락 끝에 살짝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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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집 진짜 깔끔하다."
내가 현관문을 들어서며 말했다. 여기저기 옷가지와 책이 늘어져 있는 내 방과 달리 남편의 집은 매우 깔끔했다. 혼자 사는 집 치고 구색이 잘 갖춰진 집이었다.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 최신 가전들이 즐비했다. 예쁜 소파와 하늘거리는 커튼이 분위기를 더했다.
"여기 앉아 있어. 내가 토스트부터 해줄게."
"와, 무슨 토스트?"
"원팬 햄치즈 토스트라고, 어제 영상으로 배웠어."
나는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요리에 집중하는 그의 옆모습이 멋있었다. 가스레인지의 열기 때문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도 어쩜 그리 멋있는지. 잘생긴 남자는 뭘 해도 멋지다. 솔직히 토스트를 태워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와, 비주얼 무슨 일이야! 냄새도 너무 좋다!"
남편이 내 앞에 햄치즈 토스트를 올려놓았다. 냄새가 얼마나 유혹적이었는지!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한 빵과 부드러운 계란, 짭조름한 햄과 치즈가 어우러진 환상의 맛이 났다. 이렇게 간단한 재료로 엄청난 맛을 낼 수 있다니 놀라웠다. 내가 만든 토스트는 언제나 퍽퍽했는데 말이다.
"정말 너무 맛있다, 이게 무슨 일이야. 팔아도 되겠는데? 세상에"
타고나길 리액션 부자인 나는 호들갑을 떨며 남편을 칭찬했다.
"하나 더 해줄까?"
"응응! 근데 저녁 먹을 수 있을까?"
"그러게, 저녁 먹을 수 있겠어?"
"그러면 저녁 먹을래. 어떤 요리할 거야? 내가 도와줄게."
"아냐, 너는 앉아 있어. 난 혼자 하는 게 편해."
(다음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