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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쌤 Jul 15. 2024

신혼부부의 침대 고르기

*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장치 외에 각색은 거의 없습니다 :)


"침대를 사긴 해야 되는데... 그다음 유명한 브랜드가 뭐지?"

"에이스! 00 이도 이거 샀대."


00 이는 나의 친한 친구로, 결혼할 때 에ㅇ스 침대를 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지인의 의견을 중시하는 우리는 곧장 에이스 침대 매장으로 향했다. 바로 옆 매장이었다. 우리는 이번엔 얼마나 비싸려나 싶어 긴장하며 에이스 매장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신혼부부신가요?"


남색 정장을 멋지게 빼입은 중년 남자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에 대한 첫인상은, 완숙한 세일즈맨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왁스로 쫘악 깔끔하게 쓸어 넘긴 머리, 반짝반짝 빛나는 넥타이, 금장 시계, 그리고 빛나는 에나멜 구두까지. 깔끔하고 전문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다른 매장도 돌아봐서 아시겠지만 침대라는 게 잠깐 누워 보고는 알 수 없거든요. 편하게 내 집이다 생각하고 쭉 누워 보시고 비교해 보세요. 먼저 가장 대중적인 모델부터 보여드릴게요. 오, 신발 안 벗으셔도 됩니다. 여기 발 대는 곳이 있거든요."


우리는 그가 가리키는 침대에 누워 보았다. 그는 설명을 계속했다.


"에ㅇ스 침대 아마 누워보셨을 거예요. 우리 어머니들 세대도 모두 혼수를 에ㅇ스로 들이셨거든요. 아직까지도 잘 쓰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실제로 우리 엄마 아빠의 침대는 꽤 오랫동안 에ㅇ스였다. 나는 과연 장수 브랜드인가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옆으로도 누워 보세요. 아시겠지만 옆으로 누웠을 때 엉덩이 무게가 나가서 침대로 많이 가라앉지 않습니까? 저희 침대는 그런 단점을 모두 보완하는 특별한 스프링을 쓰고 있어요. 그전에 다녀오신 매장이 시몬스라고 하셨죠? 거기서는 포켓스프링을 쓰는데 그게 사실 옛날 방식이거든요, 2세대 모델입니다. 저희는 무려 5세대예요. 포켓스프링은 하중을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저희 스프링은 한 번 받쳐주고 두 번 어쩌고...."


그는 우리에게 직접 스프링을 꺼내 만져 보게 하고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는 그 좁은 매장에서 우리를 여기 저기 이동시키며 앉아 보고 누워 보게 하더니 자신의 썰을 풀기 시작했다. 자신의 와이프 이야기, 와이프와에 0스 침대를 쓰다 겪은 일, 결혼 생활 이야기 등등. 그는 동네 아저씨처럼 접근했다가, 전문가처럼 굴었다가를 반복하며 우리의 혼을 쏙 빼놓았다. 우리는 결국 그의 세일즈에 K.O 당한 채로 거의 결제에 이르기 일보 직전이었다. 시몬스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데다가 매트리스 두 개가 한 번에 온다니 너무나 이득 같았기 때문이다.


"잠깐만, 잠깐만. 나 00 이한테 에이스 계약할 거라고 얼마에 샀는지, 혜택 있는지 물어볼게!"


나는 너무 서둘러 결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잠깐 매장을 나와 00 이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00아! 너 침대 에0스 무슨 모델로 샀다고 했었지?"

"00 모델! 너도 그걸로 사려고?"

"응응, 너는 얼마였어? 혜택 받은 거 있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음, 나는 에0스 비추야..."

"에엥?"


남편과 내가 놀라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뭐야, 우리 사려고 했는데? 별로라고?


"그게 스프링이 일렬로 쭈욱 이어져 있는 구조라서, 한 명이 일어나면 흔들림이 크더라고. 난 밤에 남편이 잠깐 일어나면 무조건 깨."

"헉, 진짜? 이럴 수가. 우린 더 안정적이라는 말 듣고 사려고 했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린 몇 년 써보니 별로더라고. 그리고 꺼짐이 빨리 오더라.."

"그렇구나, 알려줘서 진짜 고마워!"


우리는 전화를 끊고 고심에 빠졌다. 겨우 겨우 침대를 사나 싶었는데 다시 원점이 되었다. 세일즈맨의 화려한 입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구의 실사용후기다. 우리는 에0스 매장을 나온 뒤 뻘쭘해져서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제일 유명한 시0스와 에0스 침대를 사지 않는다면 대체 무슨 침대를 사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결국 침대도 일단 보류하고 소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백화점보다 더 큰 매장에 가서 소파를 한 번 더 살펴보고 더 살게 있나 체크해 보자.


(다음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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