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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서 초록 물고기를

by 조현미





꽃자루를 구부려 낚싯바늘을 만들어

꽃봉오릴 바늘에 꿰 공중에 드리우고


하루, 이틀, 사흘 ……

그냥 기다리는 거야

꽃이 활짝 필 때까지

물고기가 꽃을 물 때까지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초록 물고기가 줄줄이 올라왔어

늙기도 전 등이 굽은 어른아이가 있는가 하면

꼬리를 위로 향한 채

자맥질하는 개구쟁이도 있었지


그때 알 것 같았어

아주 오래전 세상은 물나라였다는데

풀과 꽃과 나무와 새, 사람도 물나라 시민이었다는데


아파트 11층 베란다 창문 너머

아직, 바다가 있었던 거야


물속에 떼놓고 온

비늘이랑 아가미, 지느러미 찾아

고추도 살랑살랑

공중을 헤엄치고 있었던 거야




<<동시 먹는 달팽이>> 청소년시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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