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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iendlyAnnie May 25. 2024

똑.땅.한. 하루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두달 간 약으로도 혈압이 전혀 잡히지 않고 수축기 혈압이 180 이상이 계속 되었다. 그러는 동안 몸이 많이 상했다. 그래서 뇌CT, 심장 초음파, 조영제를 사용한 복부CT,  혈액검사, 심전도, 24시간 활동혈압 측정 등 해볼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해봤다. 그런데 원인을 찾을 수 없었고 약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엄청 센 약과 심박을 늦추는 약을 처방 받았다. 그 결과는 혈압이 다소 내려가 평균적으로 수축기 혈압 140~150을 유지하게 되었다. 운동을 하면 20~30 정도 더 내려가지만 5~6시간이 지나면 다시 140이상으로 올라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혈압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왔다 갔다하고 피로감이 많아서 약만 복용하기가 개운치 않았고, 10년 전 삼성의료원에서 부신에 혹인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도 자꾸 신경이 쓰여서 신장 전문 내과를 소개 받아 가보았다.


그렇게 찾은 동네 내과에서 다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진행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부신의 혹이 있다는 결과를 들었고, 좀 더 정밀한 검사를 위해서 혈액검사를 다시 해놓은 상태이다.


오늘은 올해의 마라톤 10키로 1시간 이내로 달리기를 목표로 신청해 둔 날이었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지만 남편과 나들이 삼아 참가를 포기하지 않고 나섰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걸 알긴 했지만 4키로 지점부터 힘들기 시작해 걷고 달리기를 반복하다 8키로 지점에는 급기하 어지럽고 몸에 힘이 다 빠져 걷는 것도 힘들었다. 포기하긴 싫었고 걸어서 피니쉬라인에 들어오면서 기분이 정말 별로였다.


이렇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 되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회복을 할 수 있을까? 회복을 못한 채 원하는 운동도 못하고 살아간다면 정말 절망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건강했던 시간들에 대해 감사함을 모르고 건강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가에 대해 후회와 반성의 마음이 밀려들었다.


다시 내게 건강이 주어진다면 남은 인생은 정말 감사하며 살리라 다짐을 해본다.


오늘 남편은 지난해 교통사고 부상 이후 열심히 운동하고 재활을 한 덕분에 최고기록(PB)을 달성했다. 남편을 축하하는 마음과 나의 상태에 대한 속상한 마음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몸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속상함과 함께 앞으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상황을 더 많이 마주할테니 이런 상황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나가며 만족하는 마음의 훈련도 함께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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