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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옹 Aug 15. 2018

여행수필 25 - 마닐라 택시, 꼼수인줄 알지만 속는다

세상에는 내가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많다.

심옹의 여행수필 25편


아내 덕에 필리핀을 수십번 왔다갔다 했다. 그래서 주변에서 필리핀에 대한 여행 문의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질문은 마닐라 택시에 관한 것이다. 요금이나 거리도 있지만 마닐라 택시의 안전성이나 기사들의 횡포(?)에 대한 걱정들. 어쩌다 마닐라의 택시가 이지경까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다 그네들이 자초한 일일 것이다. 물론 대다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많은 택시기사들이 여행객을 상대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아내려고하는 심산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내와 함께 몰오브아시아의 뷔페 야끼믹스를 방문했다. 주말이라 20여분의 대기와 함께 드디어 입장. 마닐라를 대표하는 뷔페식당인만큼 시설과 음식들의 퀄리티도 참 좋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가려고 식당 바로 앞의 대로변에 나섰다. 수시로 지나가는 택시들. 하지만 어느 택시도 그냥 우리를 태워주는 법이 없다. 차를 세우고는 조수석 창문만 빼꼼히 열고는 가격 흥정을 한다. 오후 3시 정도에 호텔에서 몰오브아시아로 왔을 때는 택시비가 70~80페소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저녁 8시, 집으로 다들 귀가하는 시간이라 교통체증이 심하다. 아주 장거리 손님이 아니면 태울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택시기시가 부르는 가격을 지불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교통체증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미터기대로 지불하려는데 택시기사들은 그게 싫은가보다. 호텔까지 200페소, 300페소. 심지어 500페소까지 부른다. 5~6대나 똑같이 잠시 섰다가는 가격 흥정을 시도한다. 우리는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호텔로 못 돌아갈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200페소를 부르는 택시기사의 택시에 몸을 실었다. 교통체증이 있다고 하니 호텔까지는 30분이상 걸릴거라 추측도 하면서. 200페소 정도면 지불할만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위안도 삼았다.


하지만 우리를 태운 택시기사는 골목, 골목 돌아서는 10분도 안되어서 목적지인 호텔에 도착했다. 아내와 나는 뒷좌석에는 황당한 눈빛을 교환했다. 우리는 교통체증이 있다는 택시기사들의 엄살에 미터기 가격의 3배나 되는 돈을 지불하는데, 이 택시기사는 밀리지 않는 길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참나, 목적지 도착해서 따지기도 뭐한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냥 약속했던 200페소를 지불하고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난 혼자서 혹은 다른 한국인과 마닐라 여행을 다닐때 그런 생각도 했었다.


'필리핀 현지인들에게는 그러지 않을거야. 우리가 외국 여행객들이니까 우리한테 이렇게 잔머리 굴리는거야."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와이프가 필리핀 사람이다. 그리고 나도 필리핀에서 2년을 살고 이후 3년을 왔다갔다했더니 필리핀 사람과 모습이 거의 비슷하다.(심지어는 필리핀사람들이 내게 따갈로그로 길을 물을 때도 있다.) 결국 누구냐가 문제가 아니라 원래 이 사람들의 오랜 영업방식인 것이다. 간혹 가다가 아주 친절한, 교통체증 상관없이 미터기 요금대로만 받는 착한 택시기사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사가 참 드물다. 언제나 마닐라 여행을 할 때 편하게 택시를 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심옹의 여행수필 26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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