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꿈꾸고 있는 건물주. 넉넉한 자본과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면 수익성이 높은 상가를 갖고자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한 시드머니에 은행 대출금을 지렛대 삼아 수익성을 더할 수 있는 물건을 찾는다. 그런 물건의 대표는 아무래도 오피스텔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
어렵게 마련한 수익성 물건이긴 하지만 오피스텔은 들고 나는 횟수도 잦고 임대차 관리도 은근히 까다로워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처음 계약할 때 신중해야 한다.
법무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오복 씨는 열심히 노력한 결과 경기도 수원의 한 오피스텔을 한 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던 오복 씨는 어느 날 복순 씨가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임차인 다복 씨를 들이게 됐다. 임차인 다복 씨는 돌아가고 복순 공인중개사와 임대인 오복 씨가 사무실에 남아 대화를 이어간다.
“복순 공인중개사님 수고하셨어요. 근데 좀 아쉽기는 합니다. 임차인 구하기가 힘들다고는 하나 이거 너무 급하게 들인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내심 임차인에게 너무 싸게 임대를 준 것이 아쉽기만 한 오복 씨가 한 마디 하자 복순 씨가 대꾸를 한다.
“오복 사장님 그래도 빨리 구해서 다행이죠. 빈 집으로 계속 있는 것보다는 임차인이 들어와서 임대료를 꾸준하게 받는 게 좋은 것 아니겠어요?”
계약내용(계약 당시 계약서 기재내용)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소재 오피스텔
계약기간은 2019년 7월 31일부터 2021년 7월 30일까지 24개월로 한다.
계약금 1,600만 원은 계약 시 지불하고 잔금 144,000,000원은 입주 시에 지급하기로 한다.
이후 임차인 다복 씨의 요구에 추가로 구두합의 한 내용
임대인은 임차인을 위해 시설물 철거에 동의하며 추가로 임차인의 편익을 위한 시설물 설치비용을 부담하기로 한다.
복순 공인중개사의 설득에 다혈질 오복 씨도 수긍하고 계약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문제는 입주일에 벌어졌다.
직장문제로 입주 현장에 있지 못했던 임대인 오복 씨는 계약 당시 구두로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고 임차인 다복 씨를 위해 새로이 시설물 등을 설치해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이 내심 아쉬움이 컸었다.
- 그냥 쓰지 왜 있던 걸 뜯고 새로 설치를 한다고 해서는...
이때 마침 오복 씨에게 한통의 문자가 전송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복순 공인중개사가 계약서에 추가로 기재한 특약사항을 사진 찍어 전송했던 것. 그렇지 않아도 속상해하던 다혈질 오복 씨는 급히 현장으로 달려가 언성을 높이게 된다.
“아니 복순 공인중개사님. 일을 이렇게 처리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내게 미리 말을 하고 같이 있을 때 특약사항을 적든 말든 하셔야죠?”
“사장님, 이미 합의된 내용이고 바로 철거와 함께 입주를 해야 해서 이렇게 먼저 기재를 하고 문자로 사진을 전송해 드린 겁니다. 이런 정도는 이해해 주셔야죠.”
“그건 그쪽의 사정만을 고려한 것이고 집주인인 제게 먼저 연락을 주셔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닙니까? 저 이 계약 취소합니다.”
급한 성격에 다혈질 오복 씨는 급기야 출입문을 나사못 5개를 이용해 박아놓아 출입문을 열지 못하게 하였다.
이를 지켜보던 임차인 다복 씨는 난감한 상황에 단호하게 말한다.
“사장님 이건 너무하잖아요. 전 오늘부터 이 오피스텔의 법적 점유자입니다. 사장님께서 소유자라고 하시더라도 이건 무례하고 불법적 행위입니다. 더 이상 출입을 못하게 하시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결국 기분 좋게 입주하려던 다복 씨는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고 집주인 오복 씨의 불법행위에 대해 고소하기에 이른다.
법원의 태도 - 수원지방법원 2019고정 1978 권리행사방해
피고인(집주인) 오복 씨는 복순 공인중개사가 이미 작성이 완료된 계약서에 시설물 철거에 관한 비용 부담 등에 관한 내용을 임의로 기재한 다음 이를 촬영하여 피고인 자신에게 보내와 이를 피해자에게 항의하며 계약을 보류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므로 임차인인 다복 씨는 계약에 따른 점유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재판장님 제가 계약이 완결되지 않은 제 소유의 오피스텔에 나사못을 박아서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하는 것도 잘못입니까?”
그러나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잔금이 지급되었고 임대목적물의 인도에 갈음하여 현관 출입문의 비밀번호 교환도 이루어졌으므로 위 계약에 따른 상호 간의 이행의무는 모두 마쳐져 피해자가 위 오피스텔을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것.
또한 집주인인 피고인이 민사소송을 통한 명도 절차 등 다른 법적인 구제수단을 거치지 않고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출입을 제한한 행위는 정당화할 만한 긴급성이나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오복 씨는 자신의 소유권만을 믿고 점유권을 방해한 죄가 인정되어 형사처벌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