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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Jan 10. 2023

남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봐라

너 자신을 알라



“남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면. 하나는 남을 가리키지만 나머지는 전부 나를 가리키잖아.“

“그래. 맞지.”








O이월드 감성 글귀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과자를 집어 먹었다. 내 앞에는 맥주잔, 남편 앞에는 소주잔. 안주는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남편은 회사에서 남의 실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본인 상식에서 이해되지 않는 사고의 흐름, 일 처리 방식을 지켜보노라면 답답해서 화가 났다고. 그럴 때면 무능한 상사에게 당당하게 따지곤 했는데, 한 날은 친한 다른 팀 동료와의 술자리에서 손가락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그 이야기는 다른 술자리로 전해졌다.




“이 손가락 봐봐. 손가락 하나가 남을 가리키는 동안 나머지는..”

“다 나를 가리키고 있지. “




안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정도로 참아줬으면.. ’, ‘이렇게까지 했는데..’, ‘대체 왜 저러지?’ 일 할 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동안 나머지 손가락은 묵묵히 나를 가리키고 있던 거였다. 본인 이득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랑은 어떻게 일해야 하나. 손가락 이야기 해준 사람은 화가 아예 안 난대? 그래서 먼저 이직했잖아. 푸핫.




“교만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써놨다.”

“내 목표는 용서, 였다.”




회사 안에서 지키고 싶은 신념과 태도를 나눴다. 남편은 겸손, 나는 용서. 손가락 이야기는 두 사람에게 교훈이 되었다. 피해받는 게 지극히 싫었던 두 사람은 본인들만 피해받고 살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는 너도 비슷한 수준인데?” 알고 있었는데.. 그걸 굳이 알려주는 남편.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설명하기 귀찮아서 안 한 것뿐. 실력이 뛰어났으면 사소한 일에 화도 나지 않았을 거란 걸 깨닫는 중이다. ‘만일 일잘러라면? 이런 일에 화가 나지 않았겠구나. 그리고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고 능력자들과 일하고 있겠구나ㅜㅜ’ 결실을 얻어 본 적 있는 사람은 치열한 과정들이 결과로 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조망할 수 있었겠지.





영어를 못하면서도 일 머리와 눈치, 센스만으로 외국계 기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남편에게도 한 마디 해주었다. “영어 통역이라는 일 거리를 주잖아. 시간과 에너지 빼앗는 거, 그거 피해 주는 건데?” MBTI T인 사고형 부부는 서로에게 도움을 이런 식으로 준다. 위로는 뒷전인 남편과 공감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부인. 일로 만난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문제해결 실마리를 찾을 때 비로소 풀린다.





취향, 성향.. 공통점 찾기가 더 어려운 부부지만 손바닥이 찰싹하고 맞는 때가 있다.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사람 안 바뀌어.”라는 결론이 날 때. 사람이라는 단어에 우리 둘은 쏙 빼는 이기심이 발동하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우리나 잘하자’로 결론을 내면 그땐 둘 다 이견이 없다.




손가락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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