웍! 장난인데 뭘 그렇게까지..
엄마야, 깜짝이야! 머리를 다 감고 수건을 머리에 둘러 허리를 펴는데 뒤에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빙그레 웃었다. 나는 뒤에 줄 서 있었던 거야. 줄 서 있었다고? 어. 놀라게 하려고 한 것 같은데.
아니야~~. 놀래키려고 했던 거 맞잖아. 조용히 서서 앞사람이 뒤에 아무도 없는 줄 알게 했다가 뒤돌아봤을 때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그거.. 놀래키려고 한 거 맞잖아. 아니라고~~.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두 번 정도 더 물었다. 아이가 빨리 나가야 된다는 말에 정신이 들어 그만두었다. 애기들 장난 같은 건데 왜 그렇게 신경이 곤두섰을까. 서두르지 않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화낼 빌미를 찾고 뭐라고 한 건가. 화를 내진 않았지만.. 작은 장난에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여러 번 물었던 내 모습이 한심했다. 이걸 못 참네.
엄마 놀래키기 장난은 며칠 되었다. 샤워하고 화장실문을 열고 나왔는데 아이가 놀라게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그때 말했다. 놀래키는 거 진짜 싫으니까 제발 하지 말아 줘. 아이는 알겠다 답했다. 다음 날 밤에 씻고 문을 열었는데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까만 정수리에 대고 뭐야, 하고 선수 쳤다. 살짝 미소를 머금은 입과 장난기 그득한 눈. 아마 엄마가 씻으러 들어간 뒤부터 기다린 모양이다. 전날밤의 엄마 반응이 떠올라 선뜻 몸이 움직이지 않았나 보다. 놀래키기 실패에 아랑곳 않는 모습을 보면.
잠시 물건 가지러 집에 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 내리면 웍. 너무 재미없었다. 아이는 어릴 때 까꿍놀이를 좋아했고 뛰어다니기 시작할 때는 숨바꼭질을 좋아했다. 그때는 잘 놀아줬잖아.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아이와 노는 게 재미가 없다. 이유를 쓰다가 지웠다. 나열할 거리가 많이 떠올라서.. 아들이 엄마가 놀라는 반응을 보는 걸 재미있어하니 웃으며 놀라줘야 하는데.. 그게 진심이어야 아이도 즐거울 텐데. 이런 걸 생각해야 하는 엄마라니..
남편이 필요하다. 남편은 아이보다 장난이 더 심한데. 아빠가 없는 동안 아빠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몸 놀이, 공 놀이, 게임도 하고. 장난을 주고받는 역할도 하고. 반복되는 일상 패턴에 작은 즐거움과 장난이 있어야 할까. 이런 것조차 고민해야 하는 진지한 성향이라서 미안. 너무 재미없네. 엄마 자신조차. 그냥 말장난만 하고 살면 좋겠는데.. 그래도 역시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건 아이구나. 대신 좀 살살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