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애 Mar 24. 2023

음식맛이 좋은 단골 식당

자주 가는 식당에서



집 가까운 거리에 단골 식당이 있다. 가게 사장님이나 직원분들이 나를 알아서 친분이 있는 건 아니고. 혼자 자주 가서 먹는 음식점이랄까. 떡볶이집, 칼국수집, 국수집, 카페, 스파게티 전문점이 그곳인데.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는 동안 미각이 즐겁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스트레스들에 맛없는 걸 먹으면서까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얹을 수는 없다. 기분이 처지거나 힘이 없거나 등등 맛있는 걸 먹을 이유는 넘치고 그 중에서 이유를 찾을 때 마다 늘 가던 곳으로 향한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나면 비워진 그릇처럼 사소한 걱정거리들도 사라져 있다.





자주 가다 보니 익숙해진 얼굴들이 친숙하게 손님을 받는다. 주문을 받고 기다리는 동안 휴대폰을 할 때도 있지만 종종 직원들의 모습도 슬쩍 엿본다.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지만 귀를 쫑긋 세워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도 한다. 사실 그럴 때가 더 많다. 특히 떡볶이집에서 그러한데. 어묵이나 물떡을 서서 먹다 보면 자연스레 직원들의 행동을 보게 된다. 분주히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들을 보며 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분석했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 4~5명의 직원이 있는데. 튀김담당, 떡볶이 담당, 김밥 담당 등 담당이 있고, 일이 없을 때는 계산을 한다거나 포장을 한다거나 나름의 추가 역할분담도 있어 보였다.





멍 때리다가 자연스레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물떡을 먹고 있는데 한 아줌마에게 눈이 자주 갔다. 그녀는 튀김 담당 아줌마를 못마땅히 여기는 듯했다. 튀김 아줌마가 그녀의 말에 한 대답에 격양된 반응을 보이며 싫은 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튀김아줌마는 떡볶이 아줌마뿐만 아니라 순대 아줌마, 주방 아줌마와도 친하지는 않아 보여서 묵묵히 튀김을 튀기는 분인가 싶었는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 3명 이상의 여자들이 매일 부대끼며 일을 하는 게.. 부딪힘 없이 하하 호호 지내는 게 기적이겠거니. 남의 직장에 대해 이런저런 간섭을 해댔다. 물떡을 씹으면서 속으로.





저녁밥 먹기 전 출출할 때면 물떡 하나 먹으러 자주 가다가 다이어트를 핑계로 떡볶이집에 발길을 가장 먼저 끊었다. 오늘 저녁 아이와 외식을 하고 떡볶이집 맞은편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앉아 통유리 너머 떡볶이집 아줌마들을 바라보았다. 밤에는 낮보다 직원이 적게 남아 있었다. 고개를 돌려 튀김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는데 새로운 아주머니가 계셨다. 바뀌었네. 그만두신 걸까.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가게에서 목격했던 일들이 그만두게 된 이유가 아닐까 추측했다.





자주 가던 다른 식당의 주방 이모도 바뀌었고. 아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 전문점의 직원은 (저렴하지 않아서 자주 가진 못하지만) 갈 때마다 바뀐다. 음식맛은 그대로이고 나는 손님이니 맛있는 음식만 즐기면 그만인데. 직원들이 신경 쓰인다. 사장님이 친절하고 직원과 사이가 좋으면서 맛까지 좋은 식당은 아직 찾질 못했다. 근데.. 그런데 찾아서 뭐 하지? 식당은 맛만 좋으면 되거늘.






(사진은 글과 전혀 상관없는 가게 음식 사진)



작가의 이전글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