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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Mar 30. 2023

벚꽃, 하늘, 아이

벚꽃이 피고 질 때면



“바쁜 일상 속 하늘 올려다볼 여유가 없었나요?” 하늘을 바라볼 새도 없이 바삐 사는 현대인들을 위한 광고에서 만난 문구. 어디서, 어떤 문장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유사한 문구들을 종종 만났다. 하늘을 올려다봐, 라든가 오늘 하늘은 어떤 색인가요? 라든가. 나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쪽이었다. 내 일상은 숨 가쁘게 이어진 적이 없었다.




예정일이 다가와도 나올 기미가 없는 아이를 유도분만으로 낳기로 했다. 산부인과 근처에서 남편과 저녁을 먹었다. 애 낳으려면 힘써야 한다며 고기를 먹였다. 고기 응원을 받고 병원으로 함께 이동했는데 동떨어진 사람 같았다. 아이는 내 배에 있고, 낳는 건 나의 일. 그의 배는 홀쭉하고 그는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



촉진제를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통이 시작됐다. 병원 오기 전까지도 진통은 없었다. 통증의 간격이 좁아지자 아프고 괴로웠다. 지켜보던 남편이 안쓰러웠는지 다시는 이런 일 겪지 말자고 손을 잡아주었다. 그땐 신혼이었다..



겁도 많고 불안도 큰 내게 다행인 것은 무통발로 아이를 낳은 일. 주사 맞고 40분 만에 아이를 낳았다. 출산에 대한 기억 하나, 크게 아프지 않았다.



롱패딩을 입고 산부인과를 들어가서 조리원에서 10일을 지낸 뒤 아이를 안고 퇴소했다. 나와서 마주한 나무에는 벚꽃이 없었다. 기억 둘, 아이 낳고 조리원에서 지내는 동안 벚꽃이 떨어지고 없었다. 달력을 잘 보지 않던 나는 벚꽃이 한창 피고 꽃비가 내리는 걸 보며 몇 월 며칠이네가 아닌, S가 태어난 날이네, 하고 생각했다. 생일이 아닌 날에도 남편과 나는 벚꽃을 보며 말하곤 한다. S가 태어난 계절이라고. 활짝 피어난 벚꽃과 떨어지는 꽃잎들을 멈춰 서서 한참 바라보다 보면 꿈꾸는 기분이 든다.




아이를 낳고 키우던 시절 하늘은 홀로 학교를 향할 때 보던 하늘 그대로였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가 아이가 잠들면 벤치에 앉아 발로 유모차를 살살 밀며 나무도 꽃도 하늘도 바라보았다. 같은 공원 같은 자리에서. 그러다 아이가 깨면 아이를 봤다. 마트를 들렀다 다시 돌아간 집에서 해가 지는 저녁 하늘을 보거나 가끔 해 뜨던 하늘도 만나곤 했다.



아이가 곁에 있을 때 잘 봐야 하는데. 요즘은 아이를 잘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벚꽃이 피고 지는 시기가 있듯 아이와 살을 맞댈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는데. 훈육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이와 마찰이 잦아졌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는 날이 길어지고 있다. 너의 계절이 이렇게 가고 있는데 말이다..







(그 흔한 벚꽃 사진이 내게는 없다. 눈으로만 담아두었나 보다. 사진은 작년에 벚꽃 잎이 떨어진 벚꽃나무도 예쁘다며 찍어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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