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집 안의 소리를 듣게 된 이유
저는 보통 새벽 1시 전후에 잠을 잡니다. ‘이제 자야지’하고 물을 끄고 눕는 편이라기보다는,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졸려지면 잠이 드는 편인데 그렇게 졸려지는 시간이 대략 그 정도 시간이더라구요.
반면 부모님은 아버지는 대략 저녁 여덟시반에서 아홉시, 어머니는 대략 열한시 전후 정도에 잠이 드십니다. 두분도 저처럼 불을 끄고 바로 잠들기보다는 그 시간 정도면 티브이도 볼만한 건 다 끝나고, 특별히 할 일도 없으시니 불을 끄고 누우시는 느낌이에요.
그 시간. 대략 열한시부터 제가 잠드는 새벽 1시 정도 사이의 2~3시간 정도. 부모님과 함께 살기 시작하고 나서 저는 가끔 유튜브나 음악을 멈추고 조용히 거실과 부모님 방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화장실을 가려고, 물을 마시려고, 거실 와이파이 공유기를 끄려고… 방을 나섰다가 다시 방에 들어갈 때에는 괜히 부모님방 문 앞에서 서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가만히 듣고 있게 됐달까요..
그건 어머니가 연말에 허리수술을 하시기 전후 몇 달, 혼자서 침대에 눕거나 몸을 뒤집거나 일어나지 못하실 때부터 생긴 습관입니다. 저희 처음 같이 살기 시작할 땐 아버지도 허리가 아프셔서 어머니를 도와드리질 못해서 그런 걸 제가 해야 했거든요.
방에 있다가도 어머니가 전화하시면 제가 방에 가서 어머니가 원하는 걸 해드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며칠 동안. 저는 어머니가 생각보다 일찍 잠들지 못하신다는 걸, 스마트폰을 하지 못하시는 어머니가 TV도 없는 어두운 방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저 멍하니 계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방에 주무실 자리를 봐 두고 나온 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 어머니한테 전화가 와서 가보면 그때까지 못 주무시고 계신 거였더라구요.
스마트폰도 티브이도 없는 그 어두컴컴한 몇 시간. 분명 필요한 게 있으실 텐데 혹시 제가 잠들었을까 봐 전화를 할까 말까 꾹 참계신 건가 싶은 생각이 든 이후, 그때부터 주무시러 들어가신 어머니의 방문 앞에 가만히 서있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잠드는 데 얼마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밤 사이 화장실은 몇 번이나 가시는지, 호흡은 고른지, 몸을 뒤척일 때 신음소리는 나지 않는지… 가끔 조용한 밤을 뚫고 들려오는 그 소리들로 부모님의 상태를 짐작하고 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제 방에서 듣는 소리와 부모님 방문 앞에서 듣는 소리로도 부모님의 건강상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더라구요.
간밤에 가위에 눌리신 건지 아버지가 크게 소리를 지르시길래 잠결에 벌떡 일어나 달려가 진정시키고 온 때문인지, 놀란 가슴이 오후가 늦은 지금까지도 잘 진정이 되질 않는 월요일입니다. 위급상황에 부모님이 저를 부르기 좀 더 쉬운 무엇인가를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구요. 한동안의 밤에는 왠지 더 유심히 부모님방을 향해 귀를 열고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