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과로백수 Apr 25. 2022

오지라퍼의 고백

세상 쓸데없는 남 걱정하기ㅋ

요즘 저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서류접수를 하는 분을 응대하고 관련된 내용을 30 정도 알려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접수받아야  서류도, 안내드려야  내용도 모두 매뉴얼로 정리가 되어 있어서, ‘시작하면 그대로 읊으면 되는 일이라 난이도가 있진 않지만, 그래도 사람을 직접 대면하고 내용을 설명하고,  사람의 반응에 따라 다른 대응을 야하는 일이라 조금 신경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매뉴얼대로 읊조리면 되는 일이더라도 찾아오시는 모든 분에게 동일한 정도의 친절함과 깊이로 내용을 설명하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러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말투가 노골적으로 하대하는 느낌이거나,  업무시간 종료 10분 남았는데 찾아왔거나, 동시간대에 여러 명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순간에는… 안 그러려고 합니다만… 조금 덜 친절하고, 덜 자세하게 안내를 드리게 되더라고요 ^^”


그러던 어느  .,  2 정도 전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많이 잡아봐도 이제  서른하고   정도 됐으려나요. 키는 180 되는  같은데 몸무게는 70 정도 되어 보이는, 실내에서 공부만 했을 것처럼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목소리는 또렷하고 차분한 저음이지만 조금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들을 수도 있을 만큼 기운차지는 않아 보이는 남자분이 서류를 접수하러  거예요.


‘저 분 밥은 먹고 다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렇게 젊은데도 뭔가를 해보겠다고 도전을 하는 모습이 기특(?) 하기도 하고, ‘이 일이 잘 안 되면 저 분 뭘로 먹고살려고…’하는 걱정과 ‘저 연령대면 그렇게 돈을 많이 모으지도 못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그분이 확 안쓰러운 겁니다… ^^”


진짜 오랜만에 회사 다닐 때 광고주에게 프레젠테이션하는 기분으로 열과 성을 다해서 내용을 안내드렸더랬어요. 혹시 모르니 이런 건 조심하시고, 이런 건 미리 준비해두시면 좋을 것 같고.. 잘 되셨으면 좋겠고, 혹시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 대표번호로 연락 주시라고… 목소리에 진심을 담아 열심히 설명을 드렸더랬습니다. 그분이 하시고자 하는 일이 잘 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담아서요.


그러다가 며칠 전, 등록된 사람들의 서류를 모두 정리하다가, 그분이 제출한 서류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그랬더니… 그분.. 우리나라 최고 대학을 졸업하시고…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시더라고요ㅋ 저 같은 최저 시급 아르바이트생이 그 인생을 걱정할 필요가 1도 없는, 우리나라의 핵심 인재가 될 엘리트셨던 겁니다 ^^”


아 다행이다. 그분은 자신의 꿈을 향해 잘 걸어가는 분이었구나.. 하는 안도감 따위 느낄 틈도 없이, 진짜 부끄러웠습니다. 정말.. 누가 누구의 인생을 안쓰러워하고 동정한단 말입니까. 나만 잘하면 되고, 내 인생만 정신 차리고 살면 된다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하다는 자조 섞인 농담들이 주르륵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더라고요.ㅋ


전쟁과 코로나, 에그플레이션에 정쟁에.. 난리인 것 같은 세상이지만.. 때 되니 봄 왔고 이제 곧 여름도 올 듯합니다. 잘난 척 건방 떨지 말고 내 인생이나 신경 쓰며 오버하지 말고 살아보자고 마음먹게 되는 주말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걱정할 필요 없겠지만, 각자 잘 살고 있으시겠지만, 낮에는 조금 많이 더워지기도 하는 4월 마지막 주 월요일입니다. 다들 기운차게 한주 시작하세요 :)


주말에 멍 때리며 이 풍경을 보며 생각하니, 제 오지랖이 더 우습더래니까요 ^^”




작가의 이전글 변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