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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Jul 03. 2024

강한 척 안 해도 되지만…

마음 챙김이 필요한 시기

요즘 나는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 있다.

방안은 환한 불보다는  노란색 등을 켜고 있고


어둠이 내리도록 조용히 앉아 있을 때가 있고,

오디오북을 듣다가 집중이 안되면 끄기도 하고

바흐의 음악을 듣기도 하고,

자주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틀어놓고

창가를 쳐다보기도 한다.


조용히 혼자서 떠남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마음 챙김이 절실하다.


삼 주를 아픈 아이와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다.

아이의 상태에 따라 내 감정이 롤러코스트를 탄다.

평온해지고 좋아지면 마치 폭풍의 전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 이만큼만 좋아져서 평온하게 오랫동안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래도 본다.

하지만 인생이 바라는 대로 다되는 건 아니니까…



​나이 든 아이를 떠나보낸 지  일 년이 조금 넘었는데 남은 아이가 아프기 시작하고 상태가 점점 나빠져 가면서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불안함이 우울을 동반하고 모든 것에서 소극적이게 날 끌어내렸다.

이사할 때가 돼서 집을 알아보다가 결국 멈추어야 했고 요즘은 아이한테 편안한 환경이 되도록 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멈추었다.

남들은 서로 먼저 좋은 물건을 사려고 매일 뛰어다니는데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두려움이 밀려오는 시기에 아이가 먼저여야 한다고 가슴이 말했다.

엄마와 언니의 냄새가 많이 묻어나는 곳애서 편안하게 살다 가도록…

살아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스스로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내 가슴이 다독여 주었다.

오로지 현재에 충실하라고 말이다.


아이가 침대 밑으로 들어가 잠을 청할 때면

침대 밑을 조용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놓고 무언가를 찾아보고

읽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의 숨소리를 듣는다.

마치 내방이 동굴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바깥에 차가 지나가는 소리보다 아이의 숨소리에 집중하기도 한다.

숨을 잘 쉬고 있는 걸까…

그래도 이런 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가…

살아서 숨을 쉰다는 자체가 말이다.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연기처럼 사라진다.

추억만 남고 말이다.



아이는 엄마가 24시간 함께 있어주니 안정감을 찾고 있는 듯하다.

다음 주부터 다시 출근을 하면 어찌 될지 모르겠다.

아이의 불안감이 고대로 나에게 느껴지면서 불안해진다.

​그 느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출근해야 하는 내가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지내 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거의 18년 동안을 반려견과 함께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가 아니었다.​

이 먼 곳 타지에서.



반려견과 18 년을 함께 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다.

특히 혼자였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가족이 있었다는 이야기.

아이가 떠나면 나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정말 혼자가 되는구나…

정말 혼자가 되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모르겠다

가족을 다 하나씩 보내고 혼자가 되는 나…

혼자 남겨질 나를 생각하면…


다른 건 몰라도

또다시 반려견을 키우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나이 드신 노모가 계시고 자주 한국을 방문해야 되는데, 반려견을 놓고 한국을 자주 방문 하는 거는 마음이 너무나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 살면서 제대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두 마리의 강아지를 데리고 여행을 하겠다는 용기는 내지를 못했다. 난 새가슴이다.

나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반려견 두 마리와 살아내기도 바빴고

서바이벌하기에도 벅찼고,

공부를 하느라고 힘들었고

영어로 버티느라 외로웠다.

그 와중에 대출을 갚아 내고,

몸이 아파서 몇 번을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고,

내 가족이었던 반려견들을 하나둘씩 보내야 했다.​

반려견을 잃는 슬픔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슬픔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이들과 행복한 인생을 산 것 같다.

아이들이 내게 있어주고 사랑해 줘서 말이다.

요즘은

자주 먹먹하고, 조용히 슬프다.

사랑해 주던 존재들이 떠나면

아무리 어른이라도

이겨낼 힘이 없으니까…

요즘 세 번째 아이와 함께 24 시간을 지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


다시 명상이 절실해졌다.

마음 챙김이 필요하다.

한동안 게을렀던

예전의 루틴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아무도 없을 때

정말 아무도 없다고 생각이 들 때


나만의 루틴들이 나를 지켜줄 것을 안다.

1. 데일리 명상

10분 동안이라도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나를 관찰하고

모든 것이 흘러가도록 관조하고

내 생각에 흐르는 것들도 쳐다 보고

내 슬픈 상실의 감정도 스스로 쳐다봐줄 수 있는

그저 10분이라도 그렇게 매일매일

18년 동안 나를 살아내게 해 준 존재들이 떠나도

내가 만들어 놓은 루틴으로 버텨 나가야 하니까


2. 조용히 지금처럼 글을 쓰고


3. 적당히 동굴 생활을 하며

나를 다독이다가

잠시 여행을 가보자.


요즘 다시 듣기 시작한

라흐마니노프가 내게 위로를 건넨다.

https://youtu.be/0koYzUectyA?si=bYn4_YlqTABldvMX


https://youtu.be/YviN1tuXbzc?si=NcAkmrGeLq06C3zP



명상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동영상을 하나 올려 본다

외롭거나

불안하거나

또는 괴로울 때

조용히 혼자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https://youtu.be/VD8_glZvZAc?si=VKZA37Dt_w-swN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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