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를 보고
제목에서 일단 의아함을 자아낼 것이다. 지난 N-ART 공연 때 맥주를 마셨다고 한 걸 보면 분명 소년소녀는 아닐 텐데 저걸 보러 갔다고? 그래서 사실은 스스로도 관심 밖이었다가 국립극장에서 홍보도 되게 많이 하고 선곡 목록에 카트라이더 BGM이 있어서 궁금한 마음에 공연 본 뒤 다음 일정 소화에도 무리가 없을 듯하여 겸사겸사 가보기로 했다.
여담이지만 게임 음악을 좋아하는지라 스타크래프트 오케스트라 콘서트도 갔었고 지금도 메이플스토리 엘리니아 BGM을 들으면서 작성하는 중이니 카트라이더 BGM은 또 어떻게 편곡하여 들려줄까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전에 헬렌 켈러와 그의 선생님 앤 설리반 이야기를 다룬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를 관람했을 때에 온 적이 있다. 그때도 2층 좌석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에도 2층이었다. 넓게 볼 수 있어서 나름 장점이다.
그렇게 공연이 시작되어 첫 곡은 '감정의 강'이라는 곡을 선보였다. 아무래도 국악이 대중들에게 익숙한 편은 아니기에 약간 요즘 국악은 이런 스타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느낌이었다. 한 마디로 '국악 이거 진입장벽 별로 안 높으니까 찍먹이라도 해 봐' 정도로 이해하면 좀 와 닿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되게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두번째는 기대했던 카트라이더 BGM 메들리. 첫 소절부터 뮤직박스 혹은 칼림바 소리 나는 악기를 사용하여 되게 아련하게 편곡을 해 놓아 마음 속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덕분에 오프닝 BGM이 나오자마자 눈물이 왈칵 나와버렸다. 빌리지 테마와 아이스 테마. 내 마음을 자극하기에는 더 없이 충분했다.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놀아도 괜찮았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세번째는 '잔소리'라는 곡이었다. 제목만 보고 아이유의 노래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모르는 노래면 어떠한가. 들어봤으니 이제부터 아는 노래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일단 퀸의 We Will Rock You를 방불케하는 쿵쿵따 삼박자가 기본 리듬인 것이 되게 마음에 들었다.
연주와 함께 스크린에 학창시절 많이 들었던, 아니 서른이 넘은 지금도 집에 가면 들을법한 부모님의 잔소리가 빼곡히 나열되고 있었다. 크면 다 이해가 될 것이다, 너를 위한 이야기다, 그리고 자식이 부모님께 하는 말인 나를 위한다면 그냥 지켜봐달라 등등. 커서 보니 부모 입장, 자식 입장 둘 다 공감이 가서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네번째는 '설움타령'이라는 판소리로 구성되었다. 소리 하시는 두 분이 관객 인터뷰를 하며 서러운 것 이야기 해보라고 하던데 2층에 있어서 그걸 할 수 없었다. 지면을 빌려서 이야기해보자면, 토요일인데 오전에 일 하고 여기 왔어요! 포괄임금제 직장이라 토요일에 일한다고 수당을 더 주는것도 아니고 월요일에 오전근무 후 퇴근으로 퉁치는거 너무 서러워요!
아무튼 두 분이 너무 재미있게 무대를 꾸며주셨고, 이 무대를 위해 만든 노래인 양 신조어 몇 개를 노랫말에 붙인 게 너무 찰떡이었다. 덕분에 약간 예능프로 보듯이 편하게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다.
다섯번째는 'Imagination'이라는 곡인데, 말 그대로 상상 속을 음악으로 표현했나보다. 되게 심오하게 들렸고 상상이라는 것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때로는 아주 복잡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게 해 주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가볍게 듣기에는 음악이 다소 무거운 분위기여서 개인적으로는 불호에 더 가까웠다.
여섯번째, 다시 분위기를 바꿔서 방탄소년단의 소우주를 국악풍으로 편곡한 음악이었다. 이건 노래도 노래지만 현장 분위기가 진짜 한 몫 했다. 안그래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노래인데 무대 곳곳에 반짝이는 조명을 이용하여 별빛처럼 표현하고,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미러볼에 불빛을 쬐어 공연장 전체를 별빛에 반짝이게 표현한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황홀한 광경에 또 다시 눈물이 왈칵 나와버렸다.
선곡도 소우주가 신의 한 수였던 것이,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다 소중하다는 뜻을 지닌 노래이지 않은가? 이는 곧 노래로써 험난한 시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 청년층을 위로하는 셈이리라. 더군다나 공연 제목도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이니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공연 중에 사진 촬영이 불가하여 사진 대신 국립극장 인스타그램으로 대체한다.
마지막 일곱번째는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밀고있는듯한 신뱃놀이를 감상하였다. 뱃놀이 자체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지난 N-ART 공연에서도 들은 바 있기에 익숙한 음악이었다. 신뱃놀이라 해서 크게 다른 건 없고 원래 있던 곡에 살을 약간씩 더 붙인 느낌이었다. 그래도 원조의 결은 그대로 따라갔기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공연은 끝이 나는가 싶더니 역시 커튼콜은 빠질 수 없는 순서이다. 지휘자분께서 각 파트별로 인사시키는 시간이었는데 연주자분들이 인사를 하시면서 숏폼챌린지 같은 율동들을 하시는 것이다. 한강 위의 고양이, 못말리는 아가씨 등등을 선보이는데 너무나 신선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누구든지 또 보러 오고 싶을 것이다. 오케스트라 공연 같은 것은 관람예절도 있고 해서 진입장벽이 좀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대중들과 교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 왔고, 이번 공연처럼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공연이 끝나도 여운이 남는다면? 프로그램북이 있지 않은가. 이 공연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포토카드 형식의 프로그램북도 한 몫 할 것이다.
누구나 가슴 속에 좋아하는 연예인 하나 쯤은 품고 있을 것이다. 아이돌 가수의 앨범을 사면 그 안에 포토카드가 들어있는데, 아마 그걸 노리고 프로그램북을 포토카드 형식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흡사 포켓몬카드? 그렇다면 어른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이들에겐 소중한 추억거리로 남게 하는 의도일수도 있겠다. 아무튼 특이한데 예쁜 것은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공연을 보면서 단 하나 아쉬웠던 것, 관객들의 무미건조함이 약간 흠이었다. 주변 분위기가 그래서 나 또한 크게 호응을 하진 못했다. 앵콜요청도 없었고 그래서 단순 커튼콜로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혼자 가져본다.
그래도 어렵게만 생각되던 국악이 이렇게 친숙하게 다가왔고, 뭐가 됐든 일단은 보러 온 것 자체만으로도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나의 학창시절에 이 공연이 있어서 부모님과 같이 보러 갔다면 좀 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지면을 빌려 외쳐본다. 부모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