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앙마이 올드시티, 타페게이트에 관해 꼭 알아야 할 것들 -
타페게이트,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오래된 성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오후 햇살이 낡은 성벽에 스며들고, 해자 위로 날아오르는 비둘기 떼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국의 공기 속, 들뜬 여행자들의 웅성거림과 툭툭의 거친 엔진음 사이로, 오랜 세월이 깃든 침묵이 조용히 스며든다. 코끝에 닿는 건 연꽃 향과 튀김 기름 냄새, 그리고 벽돌 틈새에서 피어나는 이끼의 축축함이다. 이곳은 단순한 문이 아니다. 시간이 겹쳐진 경계선이다.
1296년, 란나 왕국의 멩라이 대왕이 새 수도를 건설할 때 세운 동문이 바로 이 타페게이트다. '타페'는 '뗏목 나루터'를 뜻하며, 핑강을 통해 들어오는 교역선들이 이 문을 통과해 도시 중심부로 향했다. 정사각형 성곽 도시, 1.6km × 1.6km, 총 면적 2.56㎢(약 77만평), 전체 둘레 6.4km. 불교적 만다라 구조를 현실 공간에 구현한 설계였다. 성벽 바깥으로 인공 해자가 둘러싸고 있는데, 폭 10-20미터, 깊이 3미터 내외로 현재까지도 원형을 유지한다. 동서남북 네 개의 문 중에서도 타페게이트는 특별했다. 해가 뜨는 방향, 생명과 번영을 상징하는 동쪽 관문. 왕궁과 주요 사원들로 이어지는 중심축의 시작점이었다. 당시 왕국은 외부 침입과 내부 분열에 시달리고 있었고, 멩라이 대왕은 방어에 유리한 내륙 고원지대를 선택해 경제적, 군사적, 종교적 중심지로 삼았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완벽한 방어 체계이자 통치 구조였다.
그런데 지금 이 문 앞 풍경은 설계자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편의점 간판 아래로 승려가 지나가고, 셀카봉을 든 여행객 옆에서 할머니가 망고를 깎는다. 똑같은 공간, 전혀 다른 시간. 성벽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포토 스팟'이다. 하지만 매일 새벽 5시, 탁발을 위해 이 문을 지나는 스님들에게는 여전히 신성한 통로다. 낮에는 관광버스가 지나가고, 밤에는 현지 청년들이 기타를 들고 모여든다. 1980년대 태국 정부가 추진한 역사도시 복원사업으로 인해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되살아난 이 성벽은, 당시의 재료와 전통 공법으로 재건되었다. 과거의 질서와 현재의 혼돈이 충돌하는가? 아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이 문은 애초부터 그 모든 변화를 품을 만큼 넓게 설계된 듯하다.
타페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무언가가 달라진다. 발밑의 석판길은 수백 년간 수많은 발걸음을 받아왔고, 그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와트 체디루앙의 거대한 체디가 시야에 들어오고, 와트 프라싱을 비롯해 수십 곳의 절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도시의 심장처럼 뛴다. 골목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카페와 정원, 자전거와 바람결. 바둑판처럼 정돈된 도로 구조는 700년 전 왕권의 질서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여기서 시간은 직선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가 원을 그리며 돌고 돈다. 벽돌 하나, 나무 한 그루, 문고리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모든 것이 말을 걸어온다.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존재의 차원이 바뀌는 경험이다.
여행의 진짜 의미는 어쩌면 이런 경계에서 드러나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곳에서 낯선 시간을 만나는 순간, 여행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새롭게 질문하게 된다. 타페게이트는 그런 질문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 문은 지나온 700년 동안 왕조와 식민, 침략과 복원을 모두 견뎌낸 끝에,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서 있다. 돌아갈 때도 이 문을 지날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발걸음은 분명 다를 것이다. 같은 문이지만 다른 사람이 통과하는 셈이니까. 경계란 그런 것이다. 지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지점. 치앙마이 올드시티가 수 세기에 걸쳐 무수한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면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이유를 이제 안다. 진짜 여행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시간의 통과다.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언제나 문 앞에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