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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올드시티엔 왜 사찰이 이토록 많을까?

- 치앙마이 올드시티에서의 아름다운 사찰 순례 -

by 마르코 루시

치앙마이 올드시티의 오후 공기는, 뜨거운 태양과 여행자들의 북적거림으로 만들어낸 독특한 열기로 가득하다. 붉은 벽돌 성벽으로 둘러싸인 사각형의 해자 안에서 오후 햇살이 스며든 사원들의 윤곽이 성벽 안 곳곳에서 조용히 떠오른다. 1.6평방 킬로미터, 런던의 하이드 파크와 같은 이 작은 공간에 30여 개의 사찰이 숨 쉰다. 치앙마이 전체로 확장하면 그 수는 300개에 달한다. 놀라운 수치다.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왜 이렇게 많은 사찰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왜 이토록 작은 구도심 안에 집중되었을까?


모든 것은 도시의 출발점에서 비롯된다. 1296년, 멩라이 왕이 란나 왕국의 수도로 치앙마이를 세울 때, 그는 단순한 행정 중심지가 아니라 불교와 천문, 정치가 어우러진 성스러운 중심을 설계한다. 도시 설계는 인도의 만다라 개념에서 영향을 받으며, 각 사원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닌 천상의 원리와 인간의 삶을 연결하는 거점이 된다. 사찰은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고, 신성한 기운을 도심 전체에 흐르게 하는 구조였다. 왕권의 정당성과 도심의 안전은 불교적 보호에 의해 보장되었고, 주요 사찰은 왕실의 통치 정당성을 상징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왓 체디루앙은 도시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왓 프라싱은 국왕의 정신적 권위를 상징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찰 밀집 구조가 단지 종교적 기능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불교는 도시를 통합하고, 외부 침입이나 내부 혼란을 잠재우는 질서의 장치였다. 사찰은 기도소이자 정치적 담론의 중심이었고, 건축과 예술, 치유와 공동체가 함께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이었다. 교육과 기록, 사회 복지의 기능까지 수행했다. 왕실과 귀족이 후원한 사찰에서는 수도승들이 글을 가르치고 약초를 연구하며, 사회적 취약계층을 돌보았다. 도시가 확장되고 왕조가 변해도 사찰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사찰은 기억을 품은 돌이었고, 연기 속에 살아 있는 역사였다.


치앙마이는 전통적으로 종교적 순례와 왕실 행사의 중심지였다. 란나 왕국의 통치자들은 새로운 왕이 즉위할 때마다 주요 사찰들을 돌며 보시와 예배를 올리는 의식을 치렀고, 이 의식의 정당성이 곧 왕권의 정통성을 확인해 주는 행위였다. 특히 치앙마이 사람들에게 사찰은 여전히 살아 있는 공간이다. 출가와 환속의 문화, 불교력으로 구성된 시간감각, 사원의 축제와 시장, 탁발과 보시 문화는 이 도시의 일상과 감각을 이룬다. 아침이면 승려들이 올드시티를 걸어 나가고, 저녁이면 여행자들이 사원의 불빛 아래 조용히 앉아 명상에 잠긴다.


오늘날 올드시티의 사찰들은 더 이상 왕권의 보호를 받지 않지만, 여전히 지역사회와 여행자의 쉼터가 된다. 도심 속 쉼표처럼, 도시의 소음에서 한 발 비켜나 조용한 호흡을 되찾게 하는 공간이다. 이 중에서도 올드시티를 찾는 이들이 꼭 들러야 할 대표적인 사찰이 세 곳 있다. 도시 중심의 왓 체디루앙은 1391년에 짓기 시작해 1475년에 완공된 거대한 붉은 벽돌탑으로, 1545년 지진으로 꼭대기가 무너져 내려 현재는 60미터 높이를 유지한다. 한때 에메랄드 불상이 안치되었던 유서 깊은 장소다. 왓 프라싱은 1345년 캄푸 왕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건립되어 란나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황금 사원이며, 치앙마이에서 가장 존경받는 프라싱 불상(사자 부처상)을 모신다. 왓 판타오는 전통 목조 건축의 비교적 소박한 사찰이지만, 고요한 분위기와 승려들의 일상이 가까이 느껴지는 따뜻한 공간이다.


사찰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교는 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매개였고, 사찰은 그 실천의 중심이었다. 올드시티는 단지 옛 건물이 모인 구역이 아니라, 오늘의 치앙마이가 어떤 뿌리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치앙마이는 지금도 여전히, 사찰과 함께 천천히 시간을 되새기고 있다. 그 길 위에서 여행자라면 왓 체디루앙의 압도적인 불탑 아래에서 도시의 중심을 느껴보고, 바로 옆길을 따라 왓 판타오의 조용한 목조사찰을 지나, 왓 프라싱에 깃든 붉은빛 노을과 함께 금빛 란나예술의 정수를 느껴보길 권한다. 이 세 사찰을 걷는 순서는, 마치 이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되짚는 하나의 순례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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