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앙마이 툭툭에서 배운 진짜 여행의 재미 -
치앙마이에서의 하루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로 시작된다. 골목길을 느리게 지나가는 붉은 트럭 송테우(Songthaew)의 낮고 묵직한 엔진음이 귀를 깨운다. 그 뒤를 이어 먼지가 뒤섞인 공기 사이로 툭툭(Tuk-tuk)이 속삭이듯 등장한다. 마치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알리는 종소리 같다. 상점들의 셔터가 올라가고, 커피 향이 가득한 도시 사이로 현지인들이 좁은 길을 오가며 하루를 여는 그 시간. 툭툭에 몸을 실었다. 뒷좌석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공기와 툭툭 특유의 금속 진동이 피부를 스치며 전해진다. 작은 삼륜차가 덜컹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도시의 소리, 냄새, 리듬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툭툭을 처음 마주한 건 방콕에서였지만, 그 속뜻을 깨달은 건 치앙마이였다. 한낮의 소란 속에서도 툭툭은 늘 제 속도로 움직인다. 에어컨도, 문도 없는 그 차체 위에서 느끼는 바람은 불편하지만 생생하다. 바퀴 하나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오토바이, 시장 골목의 삶의 냄새, 신호 없이 스쳐 가는 눈빛들. 툭툭은 도시의 풍경이라기보다, 도시의 심장에 더 가깝다.
놀랍게도 이 삼륜차의 뿌리는 일본에 있다. 1960년대, 일본에서 태국으로 들어온 다이하쓰 삼륜 화물차. 처음엔 짐을 나르던 수레였지만, 사람들은 곧 그것을 변형하기 시작했다. 뒤에 벤치를 만들고, 지붕을 씌우고, 비닐 커튼을 달았다. 그렇게 10년, 또 10년. 1980년대가 되어서야 태국 정부는 툭툭을 공식 교통수단으로 인정했다. 단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삶의 필요가 차체를 바꿔낸 변화였다.
그런 툭툭을 타면, 자주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요금 흥정에서 웃음이 튀어나오고, 길을 잘못 들어도 운전사와 눈을 마주치며 손짓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랩 (Grab)이나 택시는 목적지만 정확하면 되지만, 툭툭은 순간의 감정과 사람이 더 중요하다. 거리의 리듬이 그대로 담겨 있는 이동. 매끈하진 않지만 진짜 같다.
치앙마이의 아침은 송테우의 느긋함, 그랩의 편리함, 툭툭의 짜릿함이 공존하는 리듬으로 흐른다. 그리고 그 리듬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를 가진 사람들의 합창처럼 들린다. 어느 날 저녁, 노을이 도심을 천천히 붉게 물들이던 시간이었다. 그 순간, 툭툭이란 존재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님을 실감하게 됐다. 요란하고 불편하지만 멈추지 않고, 낡았지만 여전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 그 모습은 이상하게도 인생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고장 나고 덜컹대도, 각자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무엇. 그날의 붉은 노을빛 속에서, 툭툭의 진동이 오히려 따뜻한 심장 소리로 느껴졌다. 그 장면은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마음에 남았다. 때때로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조용히 떠올라 묘한 울림을 남긴다.
모든 시작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툭툭도 처음엔 단지 짐을 나르던 소형 트럭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필요와 손길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다. 의자를 달고, 지붕을 씌우고, 사람을 태우며 차츰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지금은 태국 도시를 상징하는 심장이 되었다. 변화는 그렇게 조용하게, 사람들 사이의 필요와 손끝에서 일어난다. 빠르진 않아도 방향을 잃지 않고, 요란하지만 따뜻한 리듬으로 길 위를 흔들며 나아간다. 똑같은 길, 똑같은 소리. 그러나 전혀 다른 이야기가 그 바퀴 위에서 매번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