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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한 달 살이, 숙소가 결정하는 여행의 품격

- 현지인으로 살아보는 한 달의 실험 -

by 마르코 루시

"여행은 우리가 어디에 가는지가 아니라, 어디서 머무는지를 선택하는 여정이다."


오전 8시, 50미터 길이 수영장 수면 위로 떨어진 부겐빌레아 꽃잎 하나가 잔잔한 물결을 만든다. 관리인이 조심스럽게 뜰채로 꽃잎을 건져 올리는 모습을 발코니에서 바라보다 문득 깨닫는다. 이곳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Arise Condo의 아침은 열대의 더위가 시작되기 전, 선선한 공기가 야자수 사이로 스며드는 황금의 시간대다. 대단지임에도 수영장은 늘 한산하고, 이 고요함은 마치 개인 리조트에 머무는 착각을 준다.


발코니에서 바라본 수영장은 고요한 바다처럼 반짝이고, 대형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나뭇잎 실루엣을 또렷이 비춘다. 새소리와 햇빛, 물의 반사까지 모두가 하나의 리듬이 된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른다. 과연 무엇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살아보게 만드는 것일까?


그 답은 시간 속에 있다. 1296년, 멩라이 왕이 '새로운 도시'라는 뜻으로 이름 붙인 이 도시는 21세기에 또 한 번 새로워지고 있다. 세계 각지의 디지털 노마드와 장기 체류자들이 모여 이 고도 300미터의 도시에서 각자의 삶을 실험 중이다. 무비자 90일 체류, 가성비 좋은 저렴한 생활비, 완벽한 와이파이 환경과 코워킹 스페이스, 그리고 밤마다 열리는 문화 이벤트. 치앙마이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살아볼 수 있는 도시로 진화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 보면, 이 삶이 정착 가능한가를 좌우하는 핵심은 '숙소'다. 올드시티의 전통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들의 밤 소음으로 잠들기 어렵고, 님만해민의 트렌디한 에어비엔비는 높은 가격과 제한적인 부대시설로 한 달이라는 긴 기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달 살이'는 곧 삶의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공간, 다시 말해 숙소다.


Arise Condo At Mahidol은 도심에서 살짝 떨어져 있지만, 그 거리만큼의 고요함을 선물한다. 공항에서 10분, 올드시티까지 15분. 그러나 가장 매혹적인 건 이곳의 물이다. 바다 없는 내륙 도시에서 50미터 수영장이 주는 감각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감정이다. 수영 후에는 열기가 몸을 감싸는 사우나가 기다리고, 커뮤니티 센터의 헬스장에서의 운동과 수영, 그리고 사우나로 이어지는 루틴이 자연스럽게 정착된다.


보안은 24시간 철저하고, 모든 출입은 스마트카드로 통제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커뮤니티 센터의 직원들은 늘 따뜻한 미소로 반기며, 필요한 것은 언제든 기꺼이 응답한다.


한 달 살이는 실험이다. 기존의 루틴을 내려놓고 새로운 감각을 채우는 시간. 안정성과 자극이 동시에 필요한 이 실험에서, 숙소는 단순한 잠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무대다.


700년 전 '새로운 도시'였던 치앙마이. 지금 이곳에서 또 다른 여행자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Arise Condo는 그런 가능성을 품은 공간이다. 여행자가 아닌, 임시 거주자로서 잠시 뿌리내릴 수 있는 곳. 그래서 한 달 후 떠날 때, 여행의 기억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가져갈 수 있는 곳. 이 숙소가 만들어내는 품격은 단순한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여정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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