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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카오소이, 맛집은 줄 서는 시간이 말해준다

- 카오소이 한 그릇에 담긴 치앙마이의 삶과 문화 -

by 마르코 루시

오전 열한 시, 치앙마이 창푸악 지역의 조용한 주택가 골목. 전선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하늘 아래, 작은 식당 카오소이 매싸이 앞에 형성된 줄은 이미 스무 명을 넘나 든다. 유리 위에 나란히 붙은 미슐랭 가이드 스티커들이 눈에 띈다. 2021, 2022, 2023년, 2024, 2025년 5년 연속, 붉은색으로 빛나며 무언의 자부심을 드러낸다. 뜨거운 쇠솥에서 증기가 피어오른다. 터메릭과 코코넛 밀크의 향기가 대기 중인 이들의 감각을 자극한다. 파란 베레모를 쓴 여성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노란 면발을 그릇에 담는다. 그 위로 황금빛 국물이 부어지는 순간의 소리. 부글부글 끓는 물에 면이 들어가는 찰랑거림과 국자가 그릇에 닿는 경쾌한 클릭이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카오소이는 단순한 국수 요리가 아니다. 동남아시아 문화 교차로의 살아있는 증거다.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윈난성에서 온 중국 무슬림 상인들이 미얀마 샨주를 거쳐 라오스와 태국으로 이어지는 캐러밴 루트를 따라 이동했다. 그들이 전해준 음식이 각 지역의 토착 문화와 만나며 독특한 변화를 겪었다. 원래 할랄 음식이었던 카오소이는 무슬림의 영향으로 닭고기나 소고기를 주로 사용했다. 돼지고기는 들어가지 않았다. 태국에 뿌리내린 후에는 현지 입맛에 맞춰 돼지고기 버전도 생겨나며 더욱 다양해졌다. 치앙마이의 카오소이는 밀 기반의 에그누들과 코코넛 밀크 카레 브로스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진화했다. 이는 중국의 면 문화, 인도의 향신료 전통, 그리고 태국의 코코넛 요리법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오늘날 치앙마이, 치앙라이, 매홍손, 난 등 태국 북부 지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줄을 서며 관찰하는 풍경은 예상과 달랐다. 관광객들 사이로 현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아온다. 오토바이를 탄 배달 기사들이 끊임없이 포장 주문을 가져간다. 토요일 점심시간임에도 웨이팅뿐만 아니라 배달과 포장 주문도 매우 많다. 관광객도 많지만 현지인들도 꽤 있는 걸 보니 진정한 치앙마이 현지인 맛집임을 실감한다. 에어컨 없는 실내에서 선풍기만이 돌아간다. 테이블마다 놓인 주문서에 체크하는 손놀림들이 분주하다. 아홉 가지 메뉴 중 가장 인기 있는 1번 치킨 카오소이의 가격은 한 그릇에 2천3백 원 수준이다. 이 놀라운 가성비가 끊임없는 인파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여기서 발견하는 것은 미슐랭의 권위가 아니라, 일상의 진정성이다.


마침내 차례가 돌아와 받은 그릇 앞에서 잠시 멈춘다. 구수한 고기국물에 적당한 카레와 코코넛 밀크의 맛이 진하지 않고 적당해서 좋다. 약간 매콤하지만 한국의 신라면 정도로 많이 맵지 않다. 첫 숟가락을 떠올리는 순간, 복합적인 맛의 층위가 펼쳐진다. 레몬그라스와 갈랑갈의 상큼함, 터메릭의 흙내음, 카르다몸의 이국적 향취가 코코넛 밀크의 부드러움과 어우러진다. 밀과 계란으로 만든 에그누들은 칼국수처럼 두껍고 쫄깃하다. 바삭하게 튀긴 면과 쫄깃한 삶은 면을 함께 먹는 묘한 식감이 훌륭하다. 이 순간, 음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문화적 소통의 매체임을 깨닫는다. 수백 년 전 실크로드를 따라 이동했던 상인들의 향수와 현지 적응의 지혜가 이 한 그릇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오소이를 먹으며 생각에 잠긴다. 카오소이는 여러 문화가 만나 자연스럽게 탄생한 음식이다. 이 요리 자체가 치앙마이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여행에서 우리가 찾는 것은 결국 이런 순간들이다. 낯선 맛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발견하고,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과정을 목격하는 것이다. 치앙마이의 골목 어귀에서 줄을 서며 기다리는 시간도, 뜨거운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면을 후루룩 들이키는 순간도, 모두 여행의 본질적 가치를 구성한다. 음식은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자 역사의 축적물이며,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단서다. 카오소이 한 그릇이 건네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정한 맛은 완벽한 환경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음과 번잡함 속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정성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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